수능·대입 평가체계 근본적 문제 제기
"선발 편의 위해 학생 희생…당장 바꾸라는 뜻은 아냐"
문화예술 예산 공개 제안 주문…영화·출판·관광 지원체계도 점검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답하는 능력보다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객관식 중심의 현행 대학입시와 교육 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문체부·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5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문체부·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8.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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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 업무보고에서 수능과 학교 시험이 오지선다형 문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을 짚으며 "답하는 능력은 거의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보 컴퓨터가 해도 쉽게 할 일을 계속 가르치고 평가하고 있다"며 "규격화된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을 계속하는 것은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망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행 평가 방식이 학생을 위한 제도라기보다 선발 과정의 편의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행정 논리에 치우쳐 있다는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어른들이 편하게 채점하고 분류하고, 행정이 의심받지 않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것 아니냐"며 "필요 없는 것을 가르치고 아이들을 똑같이 만드는 교육은 AI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논·서술형 평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제도 개편이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들고 입시 혼란을 키울 가능성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논술학원과 족집게 선생이 다시 생기는 것 아니냐"며 "규칙이 바뀌면 가라앉아 있던 진흙이 다시 뒤집혀 새로운 질서를 찾을 때까지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 바꾸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다"며 "저도 답은 없지만 AI 시대로 전환하는 시점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인 만큼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AI를 국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수단으로 보고 학생뿐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전국적으로 컴퓨터학원이 확산되면서 한국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겼던 사례를 들며 "AI 교육·활용 붐을 조성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일상적인 AI 활용 기회와 교육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모든 영재학교와 과학고에 대학·기업 연계 AI 심화연구반을 설치하고 AI 중점학교 4000곳을 운영하겠다고 보고했다. 대학생에게는 AI 공동구독을 지원하고, 평생교육 과정에도 AI 기초소양과 윤리 과목을 도입하기로 했다. 거점국립대를 집중 육성하는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지방대 국가장학금 확대, 지역협약 정원 신설도 본격 추진한다.


문화예술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정해진 전문가나 단체만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화예술 분야는 수요자가 광범위하고 개별성이 강해 자문위원회만으로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은 "전문가나 대표자 10명, 100명을 정해놔도 문화예술계를 전혀 대표하지 못한다"며 문화예술인 누구나 필요한 사업과 예산을 제안할 수 있도록 공개 접수 방식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문체부는 현장 예술인이 제기한 열정페이와 지원금 페이백 등을 신고할 수 있는 '예술인 전용 신문고'도 검토하기로 했다.


영화산업에 대해서는 독립영화와 중소규모 작품을 문화산업의 '잔뿌리'에 비유하며 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문화국가가 됐지만 문화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는 매우 취약하다"며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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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관광공사의 해외지사 30곳에 대해서는 실제 관광객 유치와 국제행사 유치 성과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출판 분야에서는 한국 작품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전문번역사 중심 방식에 공개모집과 플랫폼 방식을 결합해 숨은 번역 인력을 발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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