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강수량 평년 20~70% 수준
"홍수·가뭄 따로 대응 끝…새 물관리 체계 필요"

폭염이 한반도를 덮친 데 이어 이번에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가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가뭄을 각각 다른 재난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만든 '복합재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지난 3일 경남 양산시 상북면의 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박호수 기자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지난 3일 경남 양산시 상북면의 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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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전국 142개 시·군 가운데 10곳은 가뭄 경계, 15곳은 주의 단계다. 가뭄은 경상권을 넘어 전라권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강수량은 평년의 72% 수준에 그쳤다. 특히 경남은 평년의 22%만 비가 내려 기상관측 이래 가장 건조한 7월을 기록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낙동강 녹조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포스코가 가뭄 대응 계획을 마련하는 등 물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비가 안 오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뭄이 일시적인 강수 부족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 패턴 변화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지난 3일 경남 양산시 상북면의 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박호수 기자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지난 3일 경남 양산시 상북면의 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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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번 남부 가뭄은 단순한 강수 부족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비가 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는 대신 내릴 때는 짧은 시간에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도 "우리나라 여름철 전체 강수량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비 오는 날은 줄고 집중호우는 늘고 있다"며 "더 젖어들면서 동시에 더 말라가는 역설적인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이제는 넓은 지역에 고르게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좁은 지역에 물폭탄처럼 집중되는 형태로 강수 특성이 바뀌고 있다"며 "수자원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염과 가뭄이 서로 키우는 '복합재난'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폭염과 가뭄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복합재난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가뭄으로 마른 지면이 폭염을 더욱 강화하고, 강해진 폭염은 다시 토양 수분을 빼앗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201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폭염-가뭄 복합재난 발생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저수율 7.5%를 기록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오룡저수지의 갈라진 바닥이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31일 저수율 7.5%를 기록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오룡저수지의 갈라진 바닥이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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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가뭄과 폭염은 모두 법이 규정한 자연재난"이라며 "남부지역은 폭염과 가뭄, 녹조까지 동시에 발생한 복합재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절수 과정에서 식수 섭취나 손 씻기까지 줄어들면 온열질환과 감염병 위험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며 "농촌 고령층에 대한 급수 지원과 폭염 대응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수와 가뭄 함께 관리하는 시대"


과거 평균 기후를 기준으로 만든 물관리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 교수는 "계절예측과 기후전망을 활용해 강수일수와 토양수분 변화까지 반영하는 중장기 정책이 필요하다"며 "댐 운영과 농업·산업용수 배분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홍수 때는 물을 버리고 가뭄 때는 물을 모으는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홍수와 가뭄을 하나의 연속된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수자원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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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교수는 "가뭄에 대비한 빗물 활용 시스템과 도시 수자원 관리 기술을 확대하고, 시민들도 지역의 물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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