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남북 이름 불러주기' 정동영 제안에 "평화·안정에 플러스인지 약간 의문"
통일부, 평화공존 구상 보고…"힘들더라도 평화·공존 정책 계속해야"
이 대통령 "표현 꼬투리 잡혀 정쟁되면 오히려 상황 악화"
"얼마 전에도 심하게 반격…정말 잘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이 서로의 공식 명칭을 사용하고 대결적 표현을 중단하자는 통일부 구상에 신중론을 제기했다. 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조치라도 국내 정치권에서 종북 논란이나 안보 공세의 소재로 활용되면 오히려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표현과 추진 방식이 가져올 정치·사회적 파장까지 면밀하게 살피라고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5일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통일부의 '남북 공식 명칭 불러주기' 구상을 거론하며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고 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의 조치라고 확신하고 하는 일이겠지만, 얼마 전에도 말씀했다가 심하게 반격을 당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좋은 가치와 이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표현의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정말 잘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이 서로의 체제와 주권을 존중하는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하반기 핵심 과제로 보고했다. 남북이 상대의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주적' 등 대결과 혐오의 언어를 줄이고, 이전 정부의 흡수통일론을 배제한 새로운 통일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통일부는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외국 관계'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인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당장의 통일을 서두르기보다 남북 간 평화공존을 먼저 정착시키고, 미래의 통일 방식은 청년 세대를 비롯한 미래세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북핵 문제에서는 비핵화를 앞세우기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우선 중단시키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되 단기적으로 더 이상 핵 능력을 늘리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평화가 선도하는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고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참여하는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8·15 경축사를 통해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제시하고, 9월 유엔총회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확산시키는 방안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대화와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기본 방향에는 힘을 실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호응이 없는 상황을 "메아리 없는 함성을 지르는 느낌"에 비유하면서도 "대결이 정무적으로 내부 단속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국민과 국가공동체에는 해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더라도 평화와 공존의 정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며 "인내를 가지고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일방적인 선제 조치가 실질적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시 단계적 복원을 약속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언급하며 "상황이 계속 개선되지 않다 보니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이냐,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냐는 반격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통일부가 어려운 일이겠지만 고민을 많이 해 달라"고 했다. 대북정책의 목표는 유지하되 북한의 반응과 국내 여론, 안보 상황을 함께 고려해 추진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단절된 남북 교류 기반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도 제시했다. 국제 스포츠·문화·학술·종교 행사를 활용해 민간 접촉을 확대하고, 북한 군 단위 병원에 의료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준비한다. 통일부는 지난 5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의료장비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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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사실상 사용하지 못한 남북협력기금의 용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남북협력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평화경제특구와 민간 통일운동, 북한학 연구 생태계 복원 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편성된 남북협력기금은 약 1조원이다. 이 대통령은 시행령 개정 필요성에 대해 "일리는 있다"면서도 "통일부 입장이 모두 맞는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며 관계 부처와 충분히 조정한 뒤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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