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스페인 친이민 제도 공개 우려…세우타 후폭풍
50만 불법체류·망명신청자 합법화
'유인 효과' 유럽 22개국 지적
갈등 확산 속 미송환 체류자 문제 남아
북아프리카의 스페인 자치령인 세우타에서 발생한 대규모 불법 월경 사태를 계기로 스페인의 친(親)이민 정책이 유럽 각국의 질타를 받았다. 이탈리아와 덴마크·핀란드 등 유럽 지도자들이 스페인에 등을 돌린 데 이어 유럽연합(EU) 지도부까지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마그누스 브루너 EU 이민 담당 집행위원은 4일(현지시간) 긴급 내무장관 회의 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의 불법 이민 합법화 정책 관련 질문에 "현재로서는 세우타 사태와 스페인의 합법화 정책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유럽 전체에는 분명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회의는 이탈리아와 덴마크 주도로 EU 22개국이 공동서한을 통해 개최를 촉구하면서 열렸다.
문제로 지적된 정책은 지난 1월부터 스페인 정부가 추진 중인 50만 불법체류자 및 망명 신청자 합법화 제도다. 당시 스페인 정부는 지하경제에서 이뤄지는 노동 착취를 줄이고, 국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까지 약 120만명이 해당 제도를 신청한 상태다. 앞서 EU 22개국은 세우타 대책 회의를 촉구하는 공동서한에서 스페인의 이민 정책이 추가 불법 이민을 부추기는 '유인 요인(pull factor)'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브루너 집행위원은 스페인의 초동 대응 방식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를 "EU 외부 국경과 회복력을 시험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우파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는 스페인에 대해 EU 회원국 간 국경 검문 없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협정 적용을 일시 중단했다. 핀란드와 덴마크는 이탈리아를 지지했고, 체코는 아예 스페인의 솅겐 회원 자격을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공격적인 목소리를 냈다. 반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편견과 가짜뉴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스페인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스페인 책임론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4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세우타에 모로코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지역 주민단체에 전달할 연락처를 적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EU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외부 국경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해나가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원국들은 불법 이민 알선 조직 단속과 불법 체류자 송환 확대, 제3국과의 협력 강화,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니터링 등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외국의 허위정보 및 정보 조작에 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EU는 러시아의 허위정보가 세우타 사태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달 30~31일 세우타 사태 이후 닷새가 지났지만,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약 7만2000명이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월경을 시도했다가 이 중 7만명이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추정치였던 6만여명보다 많은 숫자다. 월경과 이후 대처 과정에서 익사자 등 사망자도 속출했다. 스페인 정부는 최소 75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세우타 당국은 사망자가 88명이라고 집계했다. 모로코 측도 11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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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타에는 아직 송환되지 않은 이민자들이 해변과 거리에서 음식과 식수를 배급받으며 머물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이 중 일부는 '망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현지 언론은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 약 800명이 시설에 수용돼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는 미성년자 지원을 위해 2500만유로를 배정했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사태가 자국 내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산체스 내각을 더 옥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 세우타 사태 이후 이탈리아에서 핀란드까지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스페인에 별다른 동정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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