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인데 뭐 어때" "그래도 마트는 아니지" 점점 뜨거워지는 '비키니 논쟁'
백사장 넘어 카페·마트·장산역 인근까지 목격담
관광지와 주거지가 겹친 도시 구조가 갈등 키워
현행법에서는 명확한 단속 기준 없어
유럽 일부 휴양지는 구역 정해 벌금 부과
해변에서 입은 수영복을 입고 이동하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카페에서 비키니 차림의 손님이 입장을 제한당한 데 이어, 해변에서 도보로 20분 이상 떨어진 대형마트와 주거지역에서도 수영복 차림의 피서객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오면서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복장 취향을 넘어 관광지의 개방성과 지역 주민의 생활권, 개별 영업장의 출입 기준이 충돌하는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5일 연합뉴스는 최근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서 수영복을 입은 피서객의 이동 구역과 거리에 대한 논란에 대해 소개했다. 논란은 지난달 말 한 피서객이 비키니 위에 큰 비치타월을 걸친 채 테이크아웃 음료를 주문하려 했지만, 카페 직원으로부터 매장 밖에서 기다리면 음료를 전달하겠다는 안내를 받은 것에서 발발했다. 그는 바다에 들어가기 전이어서 몸이 젖지 않았고 모래도 묻지 않은 상태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카페의 조치가 정당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걸어서 약 22분 떨어진 대형마트와 약 30분 이상 떨어진 장산역 인근에서도 수영복 차림의 사람을 봤다는 목격담이 등장하면서 논쟁의 범위는 해변 앞 상권을 넘어 주거지역으로 확대됐다. 해당 대형마트 측은 휴가철이면 수영복 차림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을 하루 2~3명가량 볼 수 있으며, 현재 별도로 출입을 제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누군가의 일상 공간" vs "휴양지 특성 고려해야"
수영복 차림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은 해운대가 관광지인 동시에 대규모 아파트와 학교, 직장이 밀집한 생활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해수욕장이나 해변 산책로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가족 단위 고객이 이용하는 카페나 대형마트, 대중교통과 주거지역까지 수영복만 입고 이동하는 것은 장소에 맞는 복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젖은 몸이나 모래로 인한 위생·시설 관리 문제를 우려하는 반응도 나왔다.
해운대 장기 거주자라고 밝힌 일부 누리꾼들은 관광객에게는 잠시 머무는 휴양지지만 주민에게는 출퇴근하고 장을 보는 일상 공간이라며 최소한 얇은 겉옷이나 비치웨어를 걸치는 것이 배려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대표 해양 관광지라는 공간적 특성을 지나치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해변 바로 앞에 있는 상권이라면 수영복과 일상복이 섞이는 풍경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몸이 젖지 않았고 모래가 묻지 않은 상태에서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관광도시를 표방하면서 피서객에게 일반 도심과 똑같은 복장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과거 해운대에서는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 주변 음식점이나 상점을 이용하는 모습을 지금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주민 반응도 전해졌다.
수영복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워
그렇다면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가능할까. 먼저 일반적인 수영복 차림을 곧바로 과다노출로 판단해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범죄 처벌법은 공개된 장소에서 성기나 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 부위를 드러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 경우를 과다노출로 규정하고 있다. 주요 부위가 가려진 통상적인 비키니나 수영복은 복장만을 이유로 이 조항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다만 법적 처벌 여부와 개별 영업장의 출입 방침은 별개의 문제다. 카페나 음식점, 마트 등은 위생과 시설 관리, 다른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자체적인 복장 기준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입구에 '수영복만 착용한 고객은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라거나 '겉옷 착용 후 입장해 달라'는 안내문을 부착해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해외 유명 휴양지라고 해서 수영복 차림의 거리 이동이 모두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광객이 급증한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해변과 도심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복장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소렌토는 2022년부터 거리에서 수영복만 입거나 상의를 벗고 다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하면 25유로에서 최대 5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당시 소렌토는 주민과 관광객의 불편을 줄이고 도시의 생활환경과 관광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코르시카섬의 아작시오도 매년 일정 기간 해변과 해변 주변을 제외한 공공도로에서 수영복만 입거나 상의를 탈의한 채 이동하는 것을 제한한다. 아르카숑과 니스, 칸 등 다른 프랑스 휴양도시에서도 해변 밖에서는 '적절한 복장'을 요구하는 안내가 운영되고 있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는 관광객이 몰리는 역사 도심을 별도의 '품위 유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구역에서는 수영복이나 신체 일부를 과도하게 드러낸 상태로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하고 안내 표지판을 설치했다. 스플리트 관광 당국은 이를 보수적인 복장 통제가 아니라 관광지이기 이전에 주민이 생활하는 도시의 정상적인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단속보다 구체적인 안내가 먼저
국내 전문가들은 당장 벌금이나 단속 규정을 신설하기보다 지자체와 상권이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수욕장과 해변 산책로에서는 수영복을 허용하되 일정 거리 밖의 상가·주거지역에서는 비치가운이나 티셔츠 등 겉옷 착용을 권고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개별 업장도 수영복 입장 가능 여부와 젖은 상태의 출입 제한 등을 입구에 명확히 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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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청은 현재 수영복 차림의 이동을 제한하는 별도 기준이나 단속 권한이 없다며, 관련 민원이 계속될 경우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와 도시사회 전문가들도 처벌보다는 업장의 자율적인 출입 관리와 지자체의 구역별 안내·표지판 설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무조건적인 금지나 허용보다는 해변과 생활권의 경계를 알기 쉽게 제시하고, 영업장이 복장 기준을 사전에 고지하는 방식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서지의 자유와 주민의 일상이 공존하려면 이동 기준과 복장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기준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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