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
이념 대결 휘말리는 현실 경계…"야당과 정부는 달라"
"평화가 곧 경제…남북 대결은 국가공동체에 해악"
자주국방·군 지휘권 정상화 강조
'최전방 실탄 미장착' 사례 언급하며 "작은 군기 후퇴가 안보 공백 불러"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외교·안보 정책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게 대부분 선진국의 모습"이라며 "우리는 안타깝게도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는 이념과 가치를 앞세운 주장에만 머물지 말고 국민의 삶과 국익을 지키는 결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등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국제질서의 격변기"라며 "대한민국의 대도약과 지속적인 성장,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평화와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평화가 밥이고, 평화가 곧 경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 정책이 국내 정치의 이념 대결에 휘말리는 현실을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각자가 가진 이념과 가치를 타인에게 강요하면 필연적으로 대립과 충돌을 야기한다"며 "나의 이념과 가치 지향을 실현하는 길은 요란하게 주장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설득하고 저항을 줄여 상대가 수용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체 전체를 책임지는 정부는 주장보다 결과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일때 처럼) 반대쪽에 있을 때는 책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장이 주요 수단일 수 있지만,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책임지고 권한을 가진 입장에서는 주장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행동하고, 주장하기보다 결과로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업무보고에 나선 외교부에는 임기 초 정상외교를 통해 경제·통상 협력의 기반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남미 순방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임기 초에 방문하니 상대국에서 '우리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 받아들인다"며 "임기 초 정상회담을 기반으로 기업과 국가 간 관계를 강화할 기회가 커진다"고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대통령이 중국을 다녀오면 중국과의 통상이 좋아지고, 브라질을 다녀온 뒤에는 K뷰티 업계의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기업들로부터 듣는다"며 "대통령과 정부의 움직임이 먼저 길을 닦아 준다는 점을 정부에 와서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재외공관이 문화와 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끄는 교두보가 돼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문화와 첨단기술, 방위산업, 민주주의 역량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대사관과 영사관, 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은 문화 진출과 기업 진출의 교두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외동포 정책과 관련해서는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의 역량을 잘 활용하고, 재외공관이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일부에는 북한의 호응이 없더라도 평화·공존 정책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메아리 없는 함성을 지르는 느낌일 수 있다"면서도 "너는 너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편한 길이고, 정무적으로 대결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국민과 국가공동체에는 해악"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 문제의 높은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표현과 용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노력은 계속하되 용어 하나, 표현 하나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인내를 갖고 평화와 공존의 정책을 계속해 달라"고 말했다.
국방부에는 확고한 대비 태세와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공동체를 외부의 침략과 공격으로부터 지키는 최종 물리력이 국방"이라며 "어떤 외부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 나가는 자주국방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군 지휘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주권의 일부인 군 지휘권도 스스로 행사해야 한다"며 "국군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정상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최근 군 경계근무 과정에서 불거진 탄약 미장전 논란을 두고는 작은 군기 해이가 전체 안보 태세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최상급 뽕나무 화살이 대나무와 갈대로 대체되다 결국 무기고가 비게 됐다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하나씩 후퇴하면 나중에는 화살 창고에 화살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적인 삶에서는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틀리지 않을 수 있지만 국방은 그렇지 않다"며 "전체적으로 군이 훌륭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작은 틈새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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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에는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예우와 보상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실제 현실이었던 시기가 있었다"며 "독립유공자와 전쟁 희생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상응하는 예우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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