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자 보유세 뛰어
실거주 복귀 선언 집주인 늘어
학군 때문에 못 떠나는데
전세금 감당 안 돼 다가구로

#지난달 자녀와 캐나다로 떠난 A씨는 서울 잠실 아파트를 세놓았다. 2년 뒤 돌아오면 잠실 집은 계속 임대하고 강남구 개포동에서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세제 개편안을 본 뒤 계획을 접었다. 세입자와 계약이 끝나면 잠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개포동에 살면서 잠실 집을 임대하면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돼 세금이 크게 뛴다. A씨가 귀국해 잠실 집에 들어가면 기존 세입자는 다른 집을 찾아야 한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에 '비거주가 1주택 매물접수처' 문구가 적힌 게시물이 붙었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을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율도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부터 현재 1%에서 내년 1.3%로 올리는 등 부담을 높였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에 '비거주가 1주택 매물접수처' 문구가 적힌 게시물이 붙었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을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율도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부터 현재 1%에서 내년 1.3%로 올리는 등 부담을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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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원 이상 초고가를 제외한 실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2026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시내 20억~30억원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의 전월세 매물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학군지를 중심으로 전월세 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임대차 물량은 최근 들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전날인 4일 기준 송파구 전월세 매물은 2780건으로, 석 달 전과 비교해 24% 급감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전세 매물은 1473건에서 1422건으로 3.5% 줄었다. 다만 월세는 1167건에서 1358건으로 16.4% 늘었다.


강남구, 서초구 역시 최근 한 달 사이 매물 감소세로 돌아섰다. 강남구 전세 매물은 한 달 전 4738건에서 4614건으로 2.6%, 월세는 4205건에서 4143건으로 1.5% 감소했다. 서초구도 전세가 8000건에서 7749건으로 3.1%, 월세가 5980건에서 5914건으로 1.1% 줄었다.

전월세 매물 감소는 비거주 집주인들이 속속 '실거주 복귀'를 선언하고 나선 탓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세입자들이다. 특히 학군에 묶인 세입자는 선택지가 더 좁다. 집주인이 들어오면 새로운 전셋집을 구해야 하지만 자녀 학군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움직이는 게 쉽지 않다.


잠실동 중개업소 대표는 "초등학생은 전학을 가도 타격이 작지만 중·고등학생은 움직이기 어렵다"며 "전월세가 올라도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버티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면 같은 학군 안에서 주거 수준을 낮춰야만 한다. 그는 "못 버티면 잠실본동의 다세대·다가구 2~3룸으로 옮겨 통학시켜야 한다"며 "결국 정부를 믿고 집을 안 산 사람만 바보가 됐다"고 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전세로 거주하는 가구가 많은 대치동 역시 비상이다. 대치동 중개업소 대표는 "종부세 기본공제가 줄어드는 정도로는 여유 있는 집주인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비거주 시 종부세가 2배 넘게 오르는 걸로 바뀌었다"며 "생돈이 계속 나가니 직접 들어올 사람은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췄다. 또 세율과 세부담 상한도 높였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세입자들이 주인이 안 들어오는 다른 집을 찾아야 해 근처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빌라로 가기는 힘들 텐데, 현재 전월세 물량마저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주인들도 세입자 만기가 돼야 입주할 수 있어 당장 기한이 안 된 세입자가 나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집주인 '실거주 유턴'에 세입자 날벼락, 전세물량도 실종…"집 안 산 사람만 바보"[부동산AtoZ] 원본보기 아이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개편안으로 상급지 갈아타기가 끊기고 매물잠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가락동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송파에서 30억원짜리 집을 팔고 돈을 보태 강남이나 서초 40억~50억원대 초고가 주택으로 갈아타는 게 하나의 흐름이었는데,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며 이런 움직임이 약화할 것"이라며 "강남 상급지로 갈 생각이 없어지니 상대적으로 송파구 일대 매물도 덩달아 잠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방 거주자처럼 실거주가 아예 불가능한 소유자들은 이참에 팔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웬만하면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와 살려 할 테니 결과적으로 전월세 물량은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거주와 비거주 비중이 엇비슷한 마포, 서초 주요 단지들 역시 집주인들의 유턴 러시가 겹치며 전세 품귀가 심화할 전망이다. 마포구 아현동 중개업소 대표는 "직접 살지 않으면 세금 부담이 커지니 세를 주던 본인이 들어와 사는 임대인이 늘 것"이라며 "이 동네 대장주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비거주·실거주 비중이 반반인데 앞으로 전세 매물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서초구 잠원동 중개업소 대표 역시 "잠원동아 아파트도 실거주와 비거주가 반반 정도"라며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살겠다는 주인이 꽤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중급지 매물조차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자금력을 쥔 '현금 부자'들에겐 오히려 호재라는 평가도 나온다. 마포구 중개업소 측은 "20평대 20억원 안팎 주택의 경우 대출이 얼마 안 나와 일반 매수세가 붙기 힘들다"며 "그런 와중에 급매가 나오면 현금 부자들이 급하게 낚아채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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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와 함께 초고가 주택을 보유한 고령 1주택자들도 동요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선 세금 폭탄을 우려하는 이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이곳에는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80대 이상 고령자가 수두룩하다"며 "평생 보유한 집이 노후자산인데 시세차익 공제를 10억~20억원으로 묶어버리면 결국 이들의 노후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발표 전부터 혜택 축소 소문이 돌아 눈치 빠른 집주인 한두 명은 이미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며 "세금 부담 탓에 앞으로 이런 매물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집주인 '실거주 유턴'에 세입자 날벼락, 전세물량도 실종…"집 안 산 사람만 바보"[부동산AtoZ] 원본보기 아이콘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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