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 약세로 번질 가능성 경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엔화 약세가 한국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 방어에 나선 배경에는 엔화 급락이 역내 경쟁적 평가절하와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자회견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 연합뉴스

기자회견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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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장관은 4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엔화는 미국뿐 아니라 역내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며 "엔화가 상당히 약세를 보이면 다른 통화들도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원화에서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했다"며 중국 위안화 역시 많은 사람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말 엔화 매수·달러 매도 방식의 공동 시장 개입에 나선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 방어에 나선 것은 약 30년 만이다.


다른 외신은 베선트 장관이 크게 저평가된 엔화가 광범위한 통화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각국의 해로운 평가절하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엔화 약세가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통화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엔화가 약세를 이어갈 경우 한국 원화와 인도 루피 등 다른 아시아 통화가 동반 하락할 가능성을 미국이 우려했다고 분석했다. 주변국들이 일본 기업과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통화 약세를 용인할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연쇄적인 평가절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가 크게 저평가되면 다른 경제 문제와 경쟁적 평가절하가 발생한다"며 "이는 건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엔화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하다며 일본의 통화 안정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화 약세·변동성 동시에 확대

美 재무장관 "엔화 약세 땐 원화도 뒤따라"…원화 안정에 힘 실리나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원화는 엔화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큰 변동 폭을 나타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연말 기준 2023년 달러당 1288.0원에서 2024년 1472.5원으로 상승했다.


2024년 한 해 달러 대비 원화의 절하 폭은 12.5%로 엔화 절하 폭 10.6%를 웃돌았다. 올해 들어서도 일부 기간에는 원화 가치가 엔화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미국과 한국 정부도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베선트 장관은 지난 4월 회담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외환시장과 관련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엔화 급락의 파급 대상으로 원화를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발언을 미국 정부가 원화 절상을 직접 요구하거나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


美 국채시장 염두에 둔 엔화 방어

미국의 엔화 방어에는 미 국채시장 안정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하면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조달러가 넘는 미 국채를 보유한 주요 채권국이다.


WSJ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이 미 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팔지 않고도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해외·국제통화당국 환매조건부채권 제도인 'FIMA 레포'를 활용하는 방안에 주목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FIMA 레포를 통해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방안을 지지하면서 현재 600억달러인 국가별 이용 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엔화 방어 과정에서 미 국채가 시장에 쏟아져 미국 금리를 끌어올리는 상황을 피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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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전해진 뒤 1428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보다 4.5원 하락한 가격이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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