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리스크 확대 속
월가 '크래시 풋' 거래 급증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리스크 관리 방식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특히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이 극단적 주가 급락에 대비해 '크래시 풋(Crash Put)'이라는 장외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흐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헤지 전략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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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단일 종목을 기반으로 한 2~3배 레버리지 ETF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관련 운용자산은 약 2500억달러(약 350조원) 규모에 달하며 미국 시장에만 700개 이상의 상품이 상장된 상태다.


이 같은 레버리지 열풍과 맞물려 '크래시 풋' 파생상품 거래 역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클리케(Cliquet)' 또는 '안정성 노트(Stability Note)'로도 불리는 크래시 풋은 기초종목이 하루 만에 50% 안팎 폭락하는 극단적 상황에 대비한 장외 파생계약이다.

고액 파생상품 만들어 폭락 리스크 외주화

이 상품은 레버리지 ETF 운용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IB가 주가 대폭락 시 발생할 수 있는 '순자산 초과 손실(Gap Risk)'을 피하기 위해 고안됐다. 투자자가 일종의 보험사 역할을 맡아 '하루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나지 않는다'는 데 베팅하고 폭락 위험을 인수하는 대가로 높은 프리미엄(수익률)을 수취하는 구조다. IB 입장에서는 스와프 수수료 수익을 챙기면서 치명적인 테일리스크는 외부로 외주화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고위험·고수익 파생 시장의 거래 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자산운용사 재너스 헨더슨의 나타샤 시블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상품에 대한 이 정도 수요는 과거에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카이로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라몬 베라스테기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은행들이 급증하는 레버리지 ETF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크래시 풋 시장 자체를 의도적으로 키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겨냥…고수익 상품 등장

특히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 기술주에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두 종목에 연동된 2배 레버리지 ETF의 테일리스크를 최장 1년간 떠안는 대가로 14.2∼20.0%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BNP파리바가 제시한 SK하이닉스 대상 일일 갭풋 프리미엄도 3월 3.5%에서 5월 6.5%로, 삼성전자는 2%에서 5.5%로 뛰었다.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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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수익률은 전통적 채권이나 일반 파생상품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극단적 가격 붕괴 가능성이 낮다는 전제하에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 다만 이는 '발생 확률은 낮지만, 현실화할 경우 손실이 급격히 확대되는' 비대칭적 구조를 지닌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전형적 조합" 경고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금융 시스템의 복잡성과 불투명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크래시 풋은 장외거래(OTC) 상품 특성상 거래 규모와 위험 노출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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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디언 자산운용의 오언 러몬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크래시 풋에 대해 "중복되고 숨겨진 레버리지가 있으며 거래상대방이 많다는 것은 결국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조합"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그룹 주가가 장중 57% 급락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관련 레버리지 ETF가 상장 폐지된 바 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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