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민주당 찍었지만" 폭락장에 돌아선 개미들…외신 "李 정치적 부담"
기술주 급락에 투자자 손실 확대
블룸버그 이어 FT도 집중 분석
FT "증시 하락이 정치적 부담으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 큰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하면서 주식 시장 불안이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는 상황을 외신이 집중 조명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한국 증시에서 지난주 기술주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대통령에게 분노를 돌리면서 정치적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세계적인 기술주 급락 여파로 코스피는 6월 고점 대비 한때 40% 가까이 하락했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는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인 '마진콜'에도 직면했다.
서울의 한 은행 관계자는 30대 투자자들이 향후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증시에 뛰어든 경우가 많아 이번 하락장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상당한 규모의 레버리지를 이용해 주식시장에 진입했고 큰 손실을 봤다"며 정부가 코스피를 추가로 부양하기 위해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승인을 서둘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자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정부를 특별히 신뢰한다는 점에서 주식 투자를 적극 장려한 정부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처음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40대 여성 윤모씨는 자신과 남편의 연금을 주식에 투자한 뒤 현재 약 9%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줄곧 민주당을 지지해왔다"면서도 증시가 하락하는 동안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다음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증시 변동성 여파…FT "李대통령에 정치적 부담"
FT는 "한국 증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반도체주에 투자가 몰리면서 세계에서 변동성이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막대한 투자 손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 급락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 등으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5.9%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단체 대화방에는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이 가득하다"며 "많은 회원이 다음 선거에서 여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가 상승 출발 후 하락세로 돌아선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3.93포인트(1.50%) 오른 6351.38에 코스닥은 10.84p(1.47%) 오른 748.19에 출발했다. 2026.8.4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2028년 4월 총선에서 여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식 투자를 장려한 만큼 어느 정도는 스스로 이 문제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FT는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주식시장과 이 대통령만큼 밀접하게 연결한 인물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임기가 끝나는 2030년까지 코스피를 5000선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코스피는 10년 넘게 2000선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던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며 주식과 같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해 증시로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는 정책도 추진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 투자자 친화적인 상법 개정을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국민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0만명가량이 주식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증시 부양은 이 대통령의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힘입어 코스피가 당초 목표치를 크게 넘어선 뒤에도 이 대통령은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가 8000선에 근접했던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코스피는 6000선 안팎까지 떨어졌다.
"정부, 레버리지 ETF로 역풍 맞아"
반도체 호황 속 정부는 위험성이 큰 투자 상품에 대한 접근도 확대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별 종목의 주가 등락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다. 이들 상품에는 출시 후 몇 주 만에 100억달러(약 14조원)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투자자들은 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기 위해 해당 상품을 이용했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커지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나타냈다. 금융당국도 레버리지 ETF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투자 요건을 강화했다.
존 리 코리아리스크그룹 편집장은 증권사에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허용한 것은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정부에 엄청난 역풍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폭락과 급등을 반복한 국내 증시를 조명하며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뒤늦은 대응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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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는 이 대통령의 정치 브랜드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내세운 '코스피 5000' 정책과 자본시장 개혁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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