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이후의 K우주③]화려함 'NO' 실용 'YES'…민간 로켓의 재도전
편집자주 스페이스X 이후 우주산업의 경쟁 기준이 바뀌고 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인 탄소복합재를 상징하듯 검은색으로 도색된 공장 안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로켓과 위성 추력기를 만들며 제주에서 멈춘 도전을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최근 옥천 공장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심수연 페리지 부사장은 제주 사고 이후 회사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심수연 페리지 부사장 "화려한 재사용은 지양…지금은 실제 발사에 집중"
무모했던 해상 발사 실패 이후 생존 우주기업 변신
민간 기업 육상 발사 기회 여는 시발점 역할
구조조정·매출 확보 후 새 투자 유치도 나서
#1. 2024년 12월.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제주 해상 발사 현장에서 기자가 본 장면은 처참했다. 거센 파도에 해상 발사를 위한 바지선이 좌초하면서 페리지가 준비한 발사체 '블루웨일'은 하늘로 올라가기 위한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2. 2026년 7월. 충청북도 옥천의 로켓개발컴플렉스. 회사의 핵심 기술인 탄소복합재를 상징하듯 검은색으로 도색된 공장 안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로켓과 위성 추력기를 만들며 제주에서 멈춘 도전을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활기가 넘쳤다.
최근 옥천 공장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심수연 페리지 부사장은 제주 사고 이후 회사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신동윤 대표가 카이스트 학부생 시절 창업한 페리지는 두려움이 없었다. 민간기업이 이용할 국내 발사장과 절차가 없음에도 바다에 발사대를 띄우는 무모한 선택을 했다. 결과는 아팠지만, 실패 후에는 생존 본능이 새겨졌다.
페리지의 시도는 헛되지 않았다. 민간 발사 인프라의 공백이 드러났다. 정부의 제도 변화를 재촉한 자극제가 됐다. 무모한 도전이 한국 우주산업에 남긴 선한 영향이었다.
◆ 로켓만 만들던 회사에서 살아남는 회사로 = 페리지도 달라졌다. 고정비를 줄이고 사업 구조도 바꿨다. 로켓에만 사용하려던 기술을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위성용 추력기를 공급하고, 액체 사운딩로켓을 활용한 해외 교육 사업과 탄소복합재 부품 사업으로 매출원을 넓혔다. 필리핀 우주청과도 액체 사운딩로켓 교육·후속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 부사장은 "지속 가능한 회사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가진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회사 운영의 지향점도 변했다. 자본 시장에 나가기 위한 '자본의 시간표'가 아닌 기술의 시간표를 우선시하게 됐다. 스타트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체 엔진이 추력을 내고, 자체 제작한 탱크와 기체가 극저온 환경과 비행 하중을 견뎌 목표 고도까지 안전하게 올라가는 데 집중하는데 집중하는 게 회사의 목표다. 심 부사장은 "발사체의 본질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변화는 새로운 출발 기회이기도 하다. 페리지는 현재 다음 성장을 위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매출처를 확보한 페리지를 시장이 다시 평가하는 계기다. 사고 이후 달라진 회사의 태도가 외부의 신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 재사용도 멋지게 보다는 실용이 먼저 = 옥천 공장에는 로켓과 엔진 조립시설, 미션통제센터, 탄소복합재 생산설비, 탱크 시험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주 발사를 준비했던 시제기 옆에서는 다음 도전을 위한 새 기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금속 라이너가 없는 탄소복합재 탱크와 메탄 엔진은 페리지의 핵심 기술이다. 위성 추력기와 탄소복합재 부품은 로켓을 완성하기 전에도 회사를 지탱할 매출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페이스X와 같은 로켓 재사용을 바라보는 시각도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심 부사장은 "핵심은 재사용이 아니라 비용 절감"이라며 "멋지게 착륙하는 것 자체가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 부사장은 "지금은 실제 발사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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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이 로켓 1단을 스페이스X처럼 수직 착륙시키는 대신 그물을 활용한 것이 인상 깊었다고 강조했다. 보이는 것 보다는 실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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