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사옥·부산 아트몰링 매각 추진
차입금·이자 부담에 재무개선 우선 관측
교복·여성복 성장 한계 속 웨어러블 로봇 승부수도 초기 단계

패션그룹형지가 인천 송도 본사 사옥과 부산 복합쇼핑몰 등 핵심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섰다. 시니어테크와 웨어러블 로봇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자산 리밸런싱'이라는 설명이지만 현재 재무 여건을 감안하면 매각대금의 1차 목적지는 신사업이 아니라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형지스퀘어 모습. 패션그룹형지

형지스퀘어 모습. 패션그룹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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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부동산까지 매각…급한 불은 재무구조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투자은행(IB) 업계 추산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약 718%에 달한다. 패션·의류 업종 평균인 약 68%를 10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총차입금은 수천억 원대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0억원 안팎에 그쳐 유동성 부담이 이어져 왔다.

수익성도 불안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5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줄었다. 영업이익은 178억원으로 27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가 383억원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본업 회복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금융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324억원으로 영업이익의 1.8배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0.55배에 그쳤다. 본업에서 영업이익을 내고도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257억원의 순손실을 낸 구조다.


이 때문에 송도 복합센터와 부산 아트몰링 매각을 비핵심 자산 정리 과정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송도 복합센터는 그룹 본사 기능을 맡고 있고, 부산 아트몰링은 유통사업의 상징성이 있는 자산인 만큼 사업 기반 일부를 현금화해 재무 여력을 확보하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금흐름상 신사업 투자 여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차입금과 이자 부담 완화가 선행 과제"라고 말했다.

"로봇보다 급한 700% 부채"…본사 사옥까지 파는 형지[Why&Next] 원본보기 아이콘

여성복·교복 동반 압박…기존 사업 성장 한계

기존 패션사업의 성장성도 제한적이다. 형지의 주요 브랜드는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와 '올리비아하슬러', 남성복 '예작', 골프웨어 '까스텔바작', 학생복 '엘리트', 제화·잡화 '에스콰이아', 유니폼 '윌비' 등이다. 그러나 국내 패션시장은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형지의 모태인 여성복 가두점 시장은 인구 감소와 소비층 변화로 위축되고 있다.


형지엘리트 형지엘리트 close 증권정보 093240 KOSPI 현재가 412 전일대비 26 등락률 -5.94% 거래량 848,519 전일가 438 2026.08.06 14:30 기준 관련기사 사직구장 찾으면 응원도구·경품까지…윌비플레이, 롯데팬 이벤트 "고령화 시대 수요 폭증"…로봇에 꽂힌 교복 회사 형지엘리트, 中 로봇기업과 '시니어 웨어러블 로봇' 공동 개발 의 교복사업도 과도기를 맞고 있다.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시장의 장기 성장성이 낮아진 데다, 최근 정부의 교복 가격 점검 움직임까지 겹쳤다. 개학 시즌을 앞두고 교복 가격 적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형지엘리트는 주요 교복 제조사 중 한 곳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형지가 웨어러블 로봇을 새 먹거리로 택한 배경에는 기존 사업과의 접점이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모터와 센서 성능뿐 아니라 착용감도 중요하다. 허리와 골반, 허벅지 등에 장시간 밀착되는 제품인 만큼 무게 배분, 사이즈 조절, 피부에 닿는 소재가 실제 사용성을 좌우한다. 형지 측은 의류 패턴 설계와 체형 분석, 봉제 기술을 로봇 착용부 개발에 접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형지엘리트 자회사 형지로보틱스가 중국의 로봇 전문 기업 상하이중솨이로봇유한공사와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사진은 27일 열린 계약 체결식에서 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오른쪽)와 리위엔조우 상하이중솨이로봇유한공사 동사장(왼쪽)의 모습. 형지

형지엘리트 자회사 형지로보틱스가 중국의 로봇 전문 기업 상하이중솨이로봇유한공사와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사진은 27일 열린 계약 체결식에서 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오른쪽)와 리위엔조우 상하이중솨이로봇유한공사 동사장(왼쪽)의 모습. 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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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기술 접목 내세웠지만…로봇 사업은 초기 단계

형지엘리트의 로봇 신사업 자회사 형지로보틱스는 최근 중국 상하이중솨이로봇유한공사와 기술 협력 및 국내 독점 사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중솨이로봇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의 국내 유통과 마케팅을 맡고, 패션그룹형지의 대리점과 유통망을 활용해 초기 판매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모델은 자체 로봇 기술 개발보다는 해외 기술기업과 손잡고 국내 유통망과 의류 설계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에 가깝다. 전통 패션기업이 단기간에 센서, 제어 알고리즘, 구동기 등 로봇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현실적인 우회 전략을 택한 셈이다.


다만 이 모델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웨어러블 로봇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착용감뿐 아니라 센서 모듈, 제어 알고리즘, 구동기 등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에 있다. 외부 제품을 들여와 유통하거나 착용부를 개선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독자적 시장 지위 확보는 제한적일 수 있다.


실행 단계도 아직 초기다. 형지로보틱스는 형지엘리트가 지난해 12월 설립한 100% 자회사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산은 4681만원, 매출은 0원이다. 순손실은 319만원이었다. 설립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무제표상 대규모 연구개발(R&D)이나 양산 투자가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형지엘리트의 현금흐름도 넉넉하지 않다. 2025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영업이익 88억원, 순이익 8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50억원 순유출이었다. 226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했음에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6월 말 201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6억원으로 줄었다.


경쟁 환경도 만만치 않다. 국내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는 현대차·기아, 엔젤로보틱스, 위로보틱스, 휴로틱스 등 대기업과 전문기업이 이미 진입해 있다. 산업용, 의료 재활용, 일상 보행 보조용 등으로 시장이 세분화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형지가 어떤 제품 경쟁력과 유통 전략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 패션기업이 고령화 시대에 맞춰 시니어테크로 확장을 시도하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로봇 원천기술 확보 방안과 구체적인 자금 배분 계획이 빠진 신사업 선언은 유동성 확보 조치를 성장 청사진으로 포장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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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지 관계자는 "이번 자산 리밸런싱은 단순한 부동산 매각이 아니라 자본을 유연하게 활용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재배치"라며 "확보한 투자 여력을 시니어테크 기반 웨어러블 로봇과 스마트 텍스타일 등 5대 미래 성장 분야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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