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팹·AIDC 추가 전력수요 7.5GW 대응
호남 산업용수 하루 65만t·용인 150만t 확보

정부가 인공지능(AI) 혁명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과 기후위기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전기국가(Electro-State)'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이상을 조기 보급하고 전력망과 수자원 인프라를 전면 재편해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등 첨단산업에 안정적인 전기와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용수 공급 방안을 중심으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일정,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순환경제실 신설 등 핵심 정책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챗GPT 등장 이후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추론하고 움직이는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며 "혁명의 핵심은 반도체 칩과 전력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칩과 전력 생산 기반을 모두 갖춘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혁명 초기에 버금가는 중심국가로 나설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탈탄소 전력을 안정적이면서도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전기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기후부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4일 업무보고후 엠바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기후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3 조용준 기자

(4일 업무보고후 엠바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기후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3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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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100GW 조기 확보…전력망도 선제 구축

정부는 우선 재생에너지 100GW 이상을 조기 확보해 AI 시대 전력 수요에 대응한다. 풍력은 2030년까지 육상 4GW, 해상 3GW 등 총 7GW 공급 목표를 유지하고, 태양광은 기존 목표보다 30GW를 추가 확보해 보급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존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의 현물시장을 폐지하고 경쟁입찰 기반 장기 고정가격 계약으로 제도를 일원화한다. 정책금융 확대와 민간 투자 유치도 병행한다.


무탄소 전력 공급 기반도 확대한다. 정부는 가동 중인 원전 26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새울 3·4호기와 신한울 3·4호기,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순차적으로 준공할 계획이다.


전력망은 수요에 앞서 구축한다. 호남권 산업단지 공급선로를 조기에 설치하고 송·변전 설비를 적기에 확충한다.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와 양수발전도 대폭 확대해 계통 안정성을 높인다. 아울러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을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함께 '(가칭) 전력감독원' 신설도 추진한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임하댐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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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본 연말 확정…지역별 차등요금제 논의

정부는 관심을 모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일정과 관련, 이달부터 대국민 토론과 공론화를 거쳐 9~10월 초안을 마련하고 정기국회 보고와 기후대응위원회 심의를 거쳐 12월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신규 원전과 SMR 도입 여부도 국민 여론조사와 전문가 숙의를 거쳐 반영하기로 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도 구체화된다. 이달 셋째 주 공청회를 열어 세부 개편안을 공개한다. 송전선로 이용 비용과 지역별 전력 자립도,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전국 4개 권역으로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중국 수준으로 요금을 낮추고 싶지만 한전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고려하되 한전이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를 목표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터그리드 구축…반도체 용수 확보 본격화

첨단산업의 또 다른 핵심 기반인 용수 공급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정부는 국가수도기본계획을 전력수급 계획과 연계하고, 계획 재검토 주기를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다목적댐과 농업용댐, 발전댐을 연계한 통합 수자원 운용체계를 구축하고 댐과 하천을 통합 운영하는 '워터그리드'를 통해 용수를 탄력적으로 배분할 계획이다.


하수 재이용과 하굿둑 방류수 활용, 해수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도 확대해 호남권 하루 65만t,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하루 150만t 규모의 산업용수를 확보한다. 광역상수도 정비와 지하수저류댐, 이동형 해수담수화 시설 구축도 함께 추진한다.


특히 광주 반도체 팹 건설에 필요한 추가 용수 확보를 위해 주민 반대와 환경 훼손 우려가 컸던 동복천댐 신설 대신 기존 동복댐을 높이는 '동복댐 증고'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김 장관은 "기존 시설을 활용해 이주 주민이 적고 생태계 훼손도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송전선로 손상된 애자 교체

송전선로 손상된 애자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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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 확대…녹색산업 육성

정부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반도체 등 5대 탄소 다배출 업종을 대상으로 한 'K-GX(녹색 대전환)' 전략을 올해 3분기 발표한다. 전기차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공공·영업용 차량의 전기화를 추진한다. 히트펌프와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고 기후테크 투자, SMR, 차세대 태양전지, 직류(DC) 전력산업 등을 육성해 녹색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순환경제 분야에서는 페트병 재생원료 의무사용 비율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고, 폐가전과 폐배터리에서 희토류·코발트·니켈 등 핵심 광물을 회수·재활용하는 자원안보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총괄할 '(가칭) 순환경제실' 신설도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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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대응을 위해 AI 기반 홍수관리체계와 디지털 트윈 감시시스템을 도입하고 화학물질 안전관리와 고농도 오존 대응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 전력망 갈등 관리 등 업무가 급증해 최소 100명 이상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며 "차세대 저렴한 무탄소 전력과 용수를 적기에 공급해 대한민국의 녹색 대전환과 산업 경쟁력을 반드시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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