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 성공조건]①광주 군공항 이전 난제, 주한미군 동의부터 선결하자
공항 내 美 공여 시설 이전 시 한미 협의 필요
주한미군 "광주기지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
"美 작전 여건 마련 전까지 철수 안 할 듯"
무안 이전 난항에 '선 양여 후 개발' 방식 검토
정부는 지난달 6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 부지로 정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군공항은 공군 제1전투비행단과 국내선 민항기가 함께 사용하는 국방부 소유 부지다. 현재 탄약고 이전부지 24만평(79만㎡), 안전구역 등 39만평(129만㎡)은 공항 관련 시설 등이 없어 산단 부지로 낙점을 받았다. 다만 부지를 모두 반도체 산업단지로 개발하려면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이전이 전제돼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광주 군공항이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COB)로 지정돼, 군공항 이전과 용도 변경을 위해선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곳은 현재 국내 5개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 중 하나다. 평시 미 공군 작전부대가 상주하지 않지만 유사시 미 항공 전력이 전개되는 거점이다. 기지 내에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이 사용하는 시설·구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OFA는 미군이 사용하는 시설·구역의 제공과 반환을 한미 양국의 합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구체적인 시설·구역의 사용에 관한 합의는 한미 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군공항 내 미군 사용시설을 반환하고 신규 이전지에 대체시설을 마련하려면 시설의 위치와 규모, 작전 기능, 비용 부담 등을 놓고 양국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주한미군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경계 태세 유지와 군사적 요구사항 충족을 핵심 전제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한 미 7공군 대변인 라우라 헤이든 소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 7공군은 광주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강력한 연합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공군과의 긴밀한 협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美, 군 시설 여건 마련 전 이전 동의 안 할 것"
미국과 협의를 위해서는 광주기지가 담당하는 작전과 훈련 기능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지부터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전 부지와 시기, 대체시설 규모를 정하지 않고는 미군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 작전이 이뤄지는 주요 기지인데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클러스터부터 짓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미군도 원활하게 작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광주 군공항에서 철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면 현 광주기지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군 지원시설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군공항을 조성하려면 활주로 공간 뿐 아니라 전투기를 보호하기 위한 격납시설, 항공기 정비시설과 탄약·연료 저장시설, 지휘통제 및 통신시설 등 작전 수행에 필요한 기반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공군 비행단 전체가 이전하는 만큼 활주로와 지원시설뿐 아니라 부대가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부지도 확보해야 한다.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추진 중인 무안공항으로 이전을 확정해도 새 기지를 건설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투표 등을 거쳐 이전 부지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새 군공항을 건설해 이전하기까지 최소 6~7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광주 군공항 부지를 조기에 활용하기 위해 새 군공항 완공 전에 종전부지 일부를 먼저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자는 대안도 나온다. 군 공항 이전사업은 새 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넘긴 뒤 기존 부지를 양여받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종전부지 선사용을 위해 '선 양여 후 개발' 방식 등 관련 법령 개정과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 조정,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종전부지 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기반 구축 사업과 군공항 기능의 무안 이전을 별도 추진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규정한 특례 조항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군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기 위한 행정절차도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 관련 논의는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본격화됐지만, 군공항과 국내선 민간공항의 이전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10여 년간 뚜렷한 진전을 내지 못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주관한 실무협의에도 무안군이 불참하면서 회의가 거듭 연기되는 등 지역 수용성 확보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한미 협의 진행했던 대구공항, 광주도 논의 착수
군공항 이전에 대해 한미가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광주가 처음은 아니다.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 중 하나인 대구 군공항 이전 추진 과정에서도 미군시설의 이전 조건과 대체시설 마련을 위한 별도의 협상이 진행됐었다.
대구시는 2020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가 확정된 후 대구 군공항 내 주한미군 시설을 옮기기 위해 SOFA 체계 아래 '군공항이전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방부·외교부·주한미군 등과 협의해왔다. 2022년 미국 국무부는 주한미군사령부에 대구 군공항 내 미군시설 이전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공식 위임했다. 이후 양측은 미군시설 이전의 원칙과 절차, 대체시설 규모와 비용 부담 등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사업비와 재원 조달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미군이 사용하는 시설이 포함된 국내 군공항을 이전하기 위해 어떤 협상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선례로 삼을 수 있다.
새 군공항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무안 이전과 별개로 광주기지의 기능을 국내 다른 공군기지에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1전투비행단이 수행하는 훈련과 작전 기능을 다른 기지로 옮길 수 있다면 무안에 새 군공항이 완공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광주 군공항 부지를 먼저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공항에서 하고 있는 훈련 등을 여타 공군 기지로 소산(분산)할 수 있느냐, 빠르게 소산 계획을 우리가 공군과 상의해서 짜면 그만큼 무안에 새로운 공항이 건설되는 것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 터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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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미군 측과 조속히 관련 협의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전 임무 수행이나 여러 여건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고 밝혔다. 수년째 지지부진한 광주 군공항 이전 협상이 실질적인 메가 프로젝트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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