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도시계획 차원 문제
해제 후 공간 활용 고민 선행돼야
공공성·미래 세대 가치까지 따져야
그린벨트는 개발을 막기 위해 만든 땅이 아니다. 도시를 더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 남겨둔 공간이다. 1971년 도입된 개발제한구역은 무질서한 도시 확산을 막고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시민 모두가 함께 누리는 녹지 축을 유지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성장 여력을 확보하려는 장기적인 도시계획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린벨트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누리는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0여 년 동안 그린벨트는 여러 차례 조정돼 왔다. 1999년 이후 전국 개발제한구역의 상당 부분이 해제됐고, 현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해제 여부가 아니라 해제를 한다면 어떤 원칙을 가지고 활용할 것인가에 맞혀질 필요가 있다.
서울의 주택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그린벨트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공급 수단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해제 자체가 아니라 해제 후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해당 입지에 가장 적합한 용도와 규모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숫자적인 주택 공급 계획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몇 세대를 지을 것인가보다 그 땅에 어떤 미래 가치를 담을 것인가이다. 대표적으로 3기 신도시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을 활용해 추진되고 있지만, 토지 보상과 광역교통망 구축, 환경영향평가, 각종 인허가 절차 등을 거치면서 사업에는 당초 계획보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는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곧바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해제가 공급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린벨트 해제는 단순한 택지 개발이 아니라 도시의 토지 이용 방식을 바꾸는 도시계획의 문제다.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 교통과 생활 인프라는 어떻게 연결할지, 적정한 밀도는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충분한 도시 계획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해제 여부에만 관심이 집중될 것이 아니라, 해제 이후의 공간계획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성도 중요하다. 그린벨트는 도시 전체가 함께 누리는 녹지와 생태계, 기후 완충 기능, 난개발 방지라는 공공적 가치를 지켜왔다. 그러나 해제 후 주택 공급을 하게 되면 해당 공간은 사실상 아파트 담장 안으로 사유화된다. 물론 주택 공급 역시 중요한 공익이지만, 공공자산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편익이 충분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그린벨트 조정을 위해 단순한 주택 부족이 아니라 예외적 상황을 입증하도록 한다. 대체 가능한 부지는 없는지, 환경 훼손은 최소화되는지, 기반시설은 충분한지,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당장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왜 그 부지가 필요한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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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시 공급 물량이라는 숫자보다 그 땅에서 실제로 무엇이 가능한지, 언제 공급할 수 있는지, 환경적 가치는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기존 도시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또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도시의 유일한 인프라이자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관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는 한 번 해제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도시의 자산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해제 여부보다 그 선택으로 지금보다 얼마나 나은 공공의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다. 이제는 몇만 호 공급이라는 숫자를 넘어, 어떤 도시를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
KB국민은행 스타자문단 김효선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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