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최근 한 달 동안 무려 네차례나 전국 단위 정전이 발생해 사실상 국가 전력망이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원유 봉쇄와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연료 공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외화 확보도 어려워지면서 전력망을 보수할 여력마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바 에너지광업부는 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전날 오후 10시43분 국가전력망이 전면 마비된 뒤 화력발전소 3곳에 있는 발전기 5기의 재가동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정전의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복구 작업 도중 전력망이 다시 무너졌다. 쿠바 국영방송의 라사로 마누엘 알론소 보도국장은 SNS를 통해 "이날 복구 작업에 진전이 있었지만 전력계통에 진동이 발생하면서 전력망이 다시 붕괴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생한 정전은 올해 들어 여섯 번째 전국 단위 정전이다. 지난달 6일과 11일, 14일에 이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4차례나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쿠바의 전력망이 잇따라 마비되는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원유 봉쇄다. 미국은 현재 쿠바 공산 정권의 67년 통치를 끝내기 위해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쿠바로 향하는 대규모 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초 쿠바의 최대 우방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를 지시한 데 이어 쿠바에 공급되던 원유를 차단했다. 또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다른 국가에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쿠바의 일당 통치를 끝내겠다며 제재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에 쿠바는 지난 6월 친시장 경제개혁안을 내놨지만 미국의 태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쿠바 당국은 현행 통치 체제를 논의나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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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경제제재 외에도 쿠바에 대한 사법·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 5월 1996년 민간 항공기 2대 격추 사건과 관련해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국무부도 지난달 쿠바 정부가 수십 년간 미국 안팎에서 반미 움직임을 부추겨왔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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