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민심 악화에 '빅오일 책임론' 부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여파로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둔 엑손모빌과 셰브론을 향해 휘발유 가격을 낮추라고 공개 압박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며 고유가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대형 석유회사에 이익을 소비자와 나누라고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소매 휘발유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자유기업을 누구보다 지지하지만 지금 상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놀랍겠지만, 분명하게 말하겠다. 나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올해 2분기 합산 290억달러(약 41조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루 평균 약 3억1800만달러(약 4551억원)를 벌어들인 셈으로, 전년 동기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이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를 생산하는 정유 부문의 마진도 크게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날 오후 셰브론 주가는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약 2% 내렸고, 엑손모빌 주가도 0.6%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실적 개선 과정에서 자신의 친화석연료 정책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워스 CEO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원유 생산량과 정유 처리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2분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그가 편리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견지명과 힘, 안정성이 없었다면 석유 산업과 미국 자체가 죽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워스 CEO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 공급 확대에 "매우 큰 도움을 줬다"며 "지금까지 취해진 정책 조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현재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약 30% 오른 수준이다. 주거비와 식료품, 소비재 가격 상승에 이어 휘발유 가격까지 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이란 전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도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고유가의 책임을 대형 석유회사에 돌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휘발유 가격이 국제유가 하락 폭만큼 내려가지 않는 이유를 조사하라며 법무부에 가격 담합이나 폭리 가능성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석유회사와 업계 단체들은 개별 기업이 시장 가격을 좌우하기에는 점유율이 낮다며 가격 폭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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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고유가 책임론을 석유회사에 돌리는 것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와도 유사하다. 바이든 전 대통령 역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석유회사들을 거듭 비판하며 엑손모빌이 "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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