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지출 241건 중 115건 정비 대상
폐지 20건, 재설계 64건, 재정전환 17건
전문가 "폐지 건수 많지만 실효성 적어"

정부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선 조세지출에 대해 '원칙적 폐지'와 '강도 높은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내년에도 80% 이상이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폐지 건수 자체는 늘었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주요 비과세·감면 제도가 재설계나 재정전환으로 이어지면서 실제 지출 절감 효과는 1조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80조 조세지출 정비한다더니…실제 절감은 '1조원대'[2026 세제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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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자동차 개소세 감면 등 20건 폐지

3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전체 조세지출 241건 중 115건을 정비 추진 대상으로 지정했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세금을 직접 지출하는 대신 소득공제나 세액감면을 통해 세금을 덜 걷는 '간접 보조금'이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만성적으로 지속된 조세지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폐지할 것은 폐지하겠다"며 대대적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정비 추진 대상 중 제도를 완전히 종료하는 '폐지'는 20건으로 17% 수준이다. 지난해(7건) 대비 건수는 급증했다. 정부가 폐지를 결정한 조세지출은 시장 자생력이 확보됐거나 정책 실효성이 저하된 제도에 집중됐다. 대표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1대당 70만원 한도) 적용기한이 종료된다. 친환경차 보급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도입된 핵심 혜택이었으나, 최근 하이브리드차가 시장에서 대중화되면서 초기 지원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해 정비 수순을 밟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 숙박용역 부가가치세 환급은 2027년 6월 종료된다. 특례 적용 호텔 숙박 시 결제 금액의 부가가치세 10%를 돌려주던 제도로, 제도 참여율 저조와 참여 호텔 수 감소로 정책 효과가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 직전 3년 평균보다 임금을 더 올린 기업에 증가분의 10~20%를 세금에서 깎아주던 근로소득 증대기업 세액공제는 유사·중복 지원 문제로 2028년 12월 31일 연장 없이 일몰된다. 대출 서류 작성 시 건당 최대 7만원의 인지세를 깎아주던 농·수협 조합원 융자서류 인지세 면제 역시 폐지된다.

폐지 대신 혜택·대상 바꾼 재설계 64건…통합고용세액공제 대기업 배제

정비 추진 대상 115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재설계(64건, 55.7%)'였다. 재설계는 혜택·규모와 대상, 방식을 조정해 계속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기업이 사람을 더 뽑으면 1인당 일정 금액을 세금에서 깎아주던 통합고용세액공제는 기존 대기업 대상 공제(1인당 300만~500만원)를 전면 제외하고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재편해 유지한다.


신용카드 매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는 자영업자의 카드가맹 결제액에 대해 기본 1.0%(한도 500만원)였던 것을 한시적으로 우대 공제율 1.3%(한도 1000만원)까지 높여 제공해 온 제도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신용카드 사용 보급이라는 제도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지만 자영업자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우대 공제율을 1.2%로 소폭 내리고 우대 한도를 종료하는 대신 적용 기한을 3년 더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 과세특례(단일세율 19%) 역시 세율을 21%로 올려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조건으로 2029년까지 연장됐다. 취학 전 아동 교육비 세액공제(아동 1인당 연 300만원 한도, 교육비의 15% 공제)는 예체능 학원 외 일반 학원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선으로 다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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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세액공제, 대중교통 소득공제 등 세출로 전환

세제 지원을 직접 예산 지출로 바꾼 재정전환은 총 17건(14.8%)이다. 우선 전기·수소차 개별소비세 감면은 기존 전기차 300만원, 수소차 400만원 한도로 제공되던 세금 감면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폐지한 후, 세제 혜택과 중복되던 정부 구매 보조금 지원 체계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에서 추가 공제되던 대중교통 사용분은 재정지원으로 통합된다. K-패스와 같은 대중교통비 직접 환급 지원 사업으로 정책 수단을 대체하기로 했다. 반면 도서·공연·박물관 등 문화 사용분에 대한 추가공제는 확대 적용된다.


출산·입양 및 혼인 세액공제는 자녀 출생 및 입양 시 최대 70만원, 혼인 시 부부 각각 50만원의 세금을 면제해 주던 제도였으나 전면 개편된다.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가구가 혜택에서 소외되고 고소득층에 감면이 쏠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득세 공제를 폐지하고 저소득층 대상 직접 보조금 제도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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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절감한다지만…전문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굵직한 폐지 없어 실효성 떨어져"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조세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1조1000억원은 세제 지원을 직접 예산 지출로 바꾼 재정전환에 해당한다. 이 같은 재정전환은 지원 효율성과 재분배 효과를 고려한 조치이지만, 세제 혜택 대신 예산을 직접 지출하는 것이므로 국가 재정 전체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없다. 이에 실제 제도를 종료하거나 재설계해 줄어드는 조세지출은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조세지출 전망치(80조5000억원)의 약 1.7%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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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두고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덩치가 큰 주요 조세지출은 건드리지 못해 정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폐지 개수는 많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등과 같은 여러 차례 폐지가 권고된 굵직한 주요 조세지출은 그대로 둔 채 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지출을 주로 손봤다"면서 "재정전환 역시 실질적인 재정 효과는 없기에 정부가 말한 '획기적인 정비'에는 못 미치는 개편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조세지출 구조조정의 시작을 알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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