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장·시중은행장들의 추천 도서 목록
역사 속 전환기에서 얻는 ‘통찰력’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올해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이 꼽은 여름철 추천 도서의 키워드는 '대전환'과 '주체성'이다. 금융 환경이 인공지능(AI)의 발전 등으로 대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역사 속 전환기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이 주를 이뤘다. 스스로 주체성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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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윌리엄 퀸과 존 D. 터너의 '버블: 부의 대전환', '알파고' 개발 주역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더 커밍 웨이브(The Coming Wave)'를 추천했다. '버블: 부의 대전환'은 지난 300년간 역사를 뒤흔든 주요 버블 사태를 살펴보는 책이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누가 부를 축적했는지 등을 분석하며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커밍 웨이브'는 AI가 이끌어갈 미래와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다룬다.

독서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루이지노 브루니의 '콤무니타스 이코노미'를 여름철 도서로 꼽았다. '콤무니타스'는 공동체를 뜻한다. 이 책의 부제는 '모두를 위한 경제는 어떻게 가능한가'다. 진 회장은 선정 이유에 대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공감이라는 가치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며 "시장 안에 베풂과 만남이 작동할 때, 즉 콤무니타스가 구현될 때 모두를 위한 경제 또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역시 숫자와 성과를 넘어 사람과 이웃을 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모럴 앰비션'을 권했다. 인간의 선한 본성을 재조명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재능과 열정을 어디에 써야 하는가', '당신의 성공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함 회장은 "이제는 기후 위기와 빈곤 등 인류의 시급하고 방치된 문제를 용기 있게 마주하고, 역사의 옳은 편에 서겠다는 선한 야망을 품어야 한다"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효율적·전략적 행동으로 연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금융권 수장들의 ‘여름철 추천 도서’…키워드는 ‘대전환’·‘주체성’ 원본보기 아이콘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김태수 독일 괴팅겐대 역사학 박사의 '세계사를 바꾼 열두 번의 대전환'을 선택했다. 이 책은 고대 페르시아 전쟁부터 현대 냉전의 종말까지 인류의 정치·경제·사상을 뒤흔든 결정적 분기점을 조망한다. 이 행장은 "역사 속 전환기마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선제적으로 체질을 전환한 주체들이 새로운 시대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금융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과거의 대전환기 속에서 인류가 내린 선택과 그 결과를 살펴보는 것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우리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를 거시적으로 통찰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조정욱 전 앰배서더서울풀만 최고경영자(CEO)가 쓴 '디테일리즘'을 추천 도서로 제시했다. 신라호텔 서울·제주 총지배인을 역임한 24년 차 호텔리어인 조 전 대표는 이 책에서 전략적 의사결정, 인재와 조직문화, 위기 대응, 서비스 및 상품 차별화 등 네 가지 주제별 사례를 소개한다. 성공적인 혁신의 배경에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장의 빈틈을 파고드는 예리한 통찰이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정 행장은 "고객 경험의 모든 순간을 디테일하게 설계해야 하며, 이러한 차이가 결국 고객의 큰 신뢰를 얻는 기반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AI 시대에도 유효한 고객 경험 중심의 경쟁력을 제시한 책"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미국 역사학자 스티븐 M. 길런 오클라호마대 역사학과 명예교수의 저서 '전쟁과 대통령'을 소개했다. 이 책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제럴드 R. 포드, 리처드 닉슨, 린든 B. 존슨,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등 참전 경력이 있는 냉전 시기 미국 대통령 7명의 선택이 미국에 불러온 명암을 다룬다. 이 행장은 "전쟁 경험은 미국을 진보시키는 힘이 되는 동시에 '공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뮌헨의 교훈'에 매몰된 나머지 냉전을 '선과 악'의 프레임으로 덧씌워 승산 없는 베트남전쟁을 확대하는 결정을 낳게도 했다"며 "과거의 성공 경험이 오늘의 판단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도, 시야를 가리는 그림자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지도자의 신념과 선택이 수십 년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책임감을 다시 되새겨본다"고 말했다.


이번 주 휴가를 맞은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와 일본의 전직 승려이자 작가인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 등을 권했다. 내면의 평화와 현재에 대한 집중 등 삶의 주체성과 관련된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책들이다. 과거의 성과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집착하기보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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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일본의 전략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박기태 회생·파산 전문 변호사의 '청년 파산'을 여름철 읽을거리로 선정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대해 강 행장은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통해 복잡한 경영 환경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통찰력을 길러준다"고 평가했다. '청년 파산'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겪는 부채와 경제적 어려움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회·경제적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금융기관이 사회에 대해 져야 할 책임과 역할을 되돌아보게 하고, 책임 있는 금융과 지속 가능한 금융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올바른 금융 습관과 신용 관리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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