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네이키드 드레싱' 확산
시스루·브라톱…결혼식 등 일상 침투

속옷과 신체 윤곽을 드러내는 이른바 '네이키드 드레싱(naked dressing)'이 최근 미국 패션 트렌드로 부상하며 일상복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런웨이와 레드카펫에 국한됐던 노출 중심 스타일이 일상복으로 이어지면서 식당과 거리뿐 아니라 결혼식과 업무 행사 등 같은 공식적인 자리까지 파고드는 모습이다. 패션업계에는 새로운 수요 창출 기회가 되고 있지만 공적 공간에서는 복장 규범과 충돌하며 논란을 낳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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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시스루 소재 의류, 브라톱, 속옷이 비치는 스커트 등을 입고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한 콘퍼런스 행사장에서는 브라렛과 얇은 검은색 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등장해 주변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업가는 "쉽게 놀라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 순간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은 행사 기조연설자였고 발표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발표 내용보다 복장이 더 큰 화제가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일상에서도 나타난다.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속옷이 드러나는 레이스 스커트를 입고 남편과 저녁 식사에 나섰다가 "나머지 옷은 어디 있느냐"는 반응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이라며 "자신감과 여성성을 스스로 정의하는 현대적인 페미니즘의 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결혼식·업무 행사까지…확산 속 '불편한 시선'

문제는 이러한 스타일이 결혼식과 같은 공식 행사로 이어지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소살리토에서 열린 한 하와이풍 결혼식에서는 대부분의 하객이 셔츠와 훌라 스커트 차림이었던 가운데, 한 참석자가 살색 끈팬티 형태의 비키니 하의와 반두(bandeau) 톱만 입고 등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행사 기획자는 결국 해당 하객에게 복장 규정을 설명하고, 인근 매장에서 덧입을 옷을 구매하도록 조치했다.


이처럼 돌발 상황이 늘어나자 일부 결혼식에서는 초대장에 보다 구체적인 복장 규정을 명시하거나 아예 여분의 드레스를 준비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 블랙타이 웨딩에서는 속이 거의 비치는 드레스를 입고 온 하객에게 신부가 준비해둔 다른 옷으로 갈아입도록 권유하는 상황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결혼식은 신부가 중심이 되는 자리인데, 과도한 노출 복장이 시선을 분산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회'…속옷을 외출복으로

논란과는 별개로 패션·유통업계는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라는 란제리 스타일 드레스를 별도 카테고리로 운영하고 있으며, 라장스는 브래지어와 팬티가 그대로 드러나는 레이스 드레스를 판매 중이다. 마이클 코어스는 삼각형 브라렛에 슬랙스를 매치하는 스타일을 제안했고, 아메리칸이글 계열 브랜드 에어리는 시스루 캐미솔에 브라를 결합한 '쇼 오프(Show Off)' 컬렉션을 선보였다.


에어리 상품기획 책임자는 "브라톱을 더 이상 속옷이 아닌 외출복으로 제안하고 있다"며 "속옷과 겉옷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토리아시크릿 역시 셔츠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스트랩리스 브라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경영자는 "속옷을 겉옷처럼 활용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옷차림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방' vs '대상화'…엇갈린 반응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이를 자기표현과 해방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과도한 노출에 대한 불편함과 함께 신체 대상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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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향후 시장이 시스루 의류를 넘어 노출을 조절하는 기능성 속옷과 행사별 복장 안내 서비스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개인의 표현과 공적 공간의 복장 규범 사이의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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