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연봉 비밀 관행 속 성차별… 공시제로 투명성 높인다
남녀 간 임금·승진 등 '보이지 않는 차별'
연봉 비밀유지 관행…기업 문화로 굳어져
격차 완화해 성평등한 구조·다양성 확보를
지난해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는 '평등의전화'에는 남녀 간 임금 차별을 겪은 여성 노동자 A씨의 사례가 접수됐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남성 직원은 6급, 여성 직원은 7급으로 설정해 월급이 약 8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회계팀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직원 급여 대장을 확인하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 임금 차액과 일부 위자료를 받았지만, 결국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채용, 임금, 승진 등에서의 성차별은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봉 비밀유지 관행이 기업 문화로 굳어지면서 직원들은 서로의 급여를 공유하기 어렵고, 입사 초기부터 연봉은 '말할 수 없는 영역'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차별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A씨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회계 업무를 맡지 않았다면 불평등한 구조가 지금까지도 계속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 내 위계와 침묵의 문화는 성차별을 더욱 은폐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성차별 상담은 20건, 전체 상담의 1.3%에 불과했다. 이는 차별이 드러나지 않거나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년간 근무한 노동자가 뒤늦게 차별을 깨닫고 상담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러한 임금 격차 은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평등공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남녀 고용·임금 현황을 공개하는 제도로, 먼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뒤 중소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 '만년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고용평등공시제가 널리 시행되고 있다.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은 성별 임금 격차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2017년부터 25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이 매년 성별 임금 격차 정보를 정부 지정 웹사이트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을 받은 남녀 직원 비율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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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임금 격차는 결국 연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60세 이상 여성의 국민연금 수급액은 평균 40만7000원으로, 남성(82만4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 격차를 완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 데도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고용평등공시제를 도입해 기업이 성평등한 고용·임금 구조를 갖추고, 다양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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