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재테크]AI 부를 먼저 누린 한국, 가장 먼저 경고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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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약속한 부를 가장 먼저 맛본 나라가 그 부를 가장 먼저 빼앗길 수도 있다."


최근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7월29일)의 시선은 불편하지만 곱씹어 볼 만하다. 한국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의 최대 수혜국 가운데 하나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막대한 이익이 집중됐다. 반도체가 수출과 기업이익, 주가를 함께 끌어올리면서 AI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서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현재의 이익보다 미래 이익의 지속성을 먼저 묻는다. 메모리 가격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우려가 커지자, 그동안 AI 기대를 가장 많이 반영했던 종목들이 먼저 흔들렸다. 최근 한국 증시의 급락은 일부 반도체 기업의 일시적 조정으로만 보기 어렵다. AI 투자 열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리고 그 과실이 현재처럼 한국 메모리 기업에 집중될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시장을 세계에서 벌어질 사태의 '전조'로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빅테크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 자금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급망의 특정 단계에 초과이익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조정되거나, 고객 기업들이 장기 공급계약을 재검토하는 순간 이익 전망은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취약성은 AI 수혜가 정책 기대와 개인투자 열기,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확산과 결합했다는 데 있다. 실적 개선이라는 기초 위에 정책 기대와 레버리지 자금이 더해지면 상승 속도는 빨라진다. 그러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반대매매와 차익 실현이 매도 압력을 증폭시킨다.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을 국가 자본주의와 시장 투기가 결합된 실험장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정책이 시장 참여자에게 "주가는 결국 오른다"는 신호로 읽히면 위험에 대한 경계는 약해질 수 있다. 시장의 신뢰는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서가 아니라, 상승과 하락 모두를 감당할 수 있는 제도와 규율에서 나온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이 늘어난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과도한 쏠림을 막는 장치가 더 중요하다.


반도체 기업이 마주한 위험도 적지 않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면 기술 격차와 가격 결정력은 약화할 수 있다. AI 기업들이 경기 둔화나 투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데이터센터 임대와 장기 공급계약을 재검토한다면, 수주 가시성도 낮아진다. 엔비디아와 빅테크의 투자 확대가 서로의 기대를 떠받치는 동안에는 선순환처럼 보이지만, 어느 한 고리가 흔들리면 기대의 후퇴도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


앞으로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은 메모리 가격과 재고, 빅테크의 AI 투자와 장기계약, 중국과 경쟁에도 유지될 기술 격차, 그리고 외국인 수급과 레버리지 자금의 정상화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흔들리면 주가의 단기 반등은 추세 전환이 아니라 하락 과정의 되돌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AI는 분명 거대한 산업 변화이며,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의 미래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그 미래가 현재 주가에 얼마나 선반영됐는지 냉정하게 따져 보는 일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처럼 한국 증시가 세계 AI 붐의 첫 번째 경고 신호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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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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