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롱드 산불로 소나무 숲 4만 2000㏊ 소실
화재 연기 성분 스미면 훈제향·재 냄새 발생
프랑스 13% 규모 산지…"수확 접을 수도"
프랑스 남서부를 덮친 대형 산불에 보르도 와인 생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30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산불이 보르도 포도밭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화염과 연기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산불은 약 일주일 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에서 시작해 강풍을 타고 번졌다. 소나무 숲 4만 2000㏊가 잿더미가 됐고 주택 240채가 무너졌다. 대피 인원은 22만명으로 프랑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한때 불길은 보르도 외곽에서 15㎞ 지점까지 다가섰고, 소방관과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 5000여명이 진화에 투입됐다.
최근 확산세는 꺾였지만, 곳곳에서 재발화가 이어져 소방 당국이 진화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산불 발생 지역에서 약 10㎞ 떨어진 보르도의 유명 와이너리 '샤토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는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와인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불길보다 연기다. 포도나무가 연기에 노출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에 탄 나무에서 나온 연기 성분이 포도 껍질에 스며들 경우 발효와 숙성을 거치며 훈제향이나 재 냄새로 나타난다.
프랑스 포도·와인연구소(IFV)의 에리크 세라노 연구원은 "처음에는 연기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발효나 숙성 과정에서 굴뚝 같은 냄새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일종의 시한폭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는 지난 2020년 산불 연기 피해로 적지 않은 와이너리가 그해 와인 출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제 와인 산지로 이름난 프로방스는 이미 직접 피해를 보았다. 이 지역 유명 와이너리 '도멘 드 라 메르카딘'은 전체 포도밭 18㏊ 가운데 14㏊가 불에 탔다며 "연기 성분이 검출되면 수확 자체를 접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위기내각회의를 소집한 뒤 피해 지역을 찾아 "다른 형태의 숲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몇 주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 인력을 향해 "모든 것을 잃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안다. 이 불과의 싸움에서 함께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산불 피해는 와인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업계에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지롱드의 지난해 포도 재배 면적은 9만 1543㏊로 전국의 13%를 차지하는 프랑스 최대 산지다. 포도밭은 지롱드 농지의 40%를 덮고 있고 도내 열 곳 중 아홉 곳에 포도나무가 심겨 있다. 이 가운데 8만 6600㏊가 원산지 보호 명칭(AOP) 등급으로, 품질 등급 와인 생산량에서는 프랑스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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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고급 와인 시장 가치는 최근 5년간 약 20%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프랑스 관세청 집계로 지난해 보르도 와인 수출은 136만㎘, 20억유로(약 3조 5500억원)에 그쳐 1년 새 물량 9%, 금액 7% 줄었다. 중국행 수출이 물량 기준 34% 급감하면서 중국은 최대 수출처 자리를 미국에 내줬고, 미국행 물량도 1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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