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롱드 산불로 소나무 숲 4만 2000㏊ 소실
화재 연기 성분 스미면 훈제향·재 냄새 발생
프랑스 13% 규모 산지…"수확 접을 수도"

프랑스 남서부를 덮친 대형 산불에 보르도 와인 생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보르도 지역 남서부에 위치한 그랑 베르듀 와인 농장에서 포도송이가 덩굴에 매달려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보르도 지역 남서부에 위치한 그랑 베르듀 와인 농장에서 포도송이가 덩굴에 매달려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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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산불이 보르도 포도밭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화염과 연기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산불은 약 일주일 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에서 시작해 강풍을 타고 번졌다. 소나무 숲 4만 2000㏊가 잿더미가 됐고 주택 240채가 무너졌다. 대피 인원은 22만명으로 프랑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한때 불길은 보르도 외곽에서 15㎞ 지점까지 다가섰고, 소방관과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 5000여명이 진화에 투입됐다.


최근 확산세는 꺾였지만, 곳곳에서 재발화가 이어져 소방 당국이 진화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산불 발생 지역에서 약 10㎞ 떨어진 보르도의 유명 와이너리 '샤토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는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와인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불길보다 연기다. 포도나무가 연기에 노출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에 탄 나무에서 나온 연기 성분이 포도 껍질에 스며들 경우 발효와 숙성을 거치며 훈제향이나 재 냄새로 나타난다.


프랑스 포도·와인연구소(IFV)의 에리크 세라노 연구원은 "처음에는 연기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발효나 숙성 과정에서 굴뚝 같은 냄새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일종의 시한폭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는 지난 2020년 산불 연기 피해로 적지 않은 와이너리가 그해 와인 출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소방관들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소방관들이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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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 와인 산지로 이름난 프로방스는 이미 직접 피해를 보았다. 이 지역 유명 와이너리 '도멘 드 라 메르카딘'은 전체 포도밭 18㏊ 가운데 14㏊가 불에 탔다며 "연기 성분이 검출되면 수확 자체를 접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위기내각회의를 소집한 뒤 피해 지역을 찾아 "다른 형태의 숲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몇 주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 인력을 향해 "모든 것을 잃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안다. 이 불과의 싸움에서 함께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산불 피해는 와인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던 업계에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지롱드의 지난해 포도 재배 면적은 9만 1543㏊로 전국의 13%를 차지하는 프랑스 최대 산지다. 포도밭은 지롱드 농지의 40%를 덮고 있고 도내 열 곳 중 아홉 곳에 포도나무가 심겨 있다. 이 가운데 8만 6600㏊가 원산지 보호 명칭(AOP) 등급으로, 품질 등급 와인 생산량에서는 프랑스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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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고급 와인 시장 가치는 최근 5년간 약 20%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프랑스 관세청 집계로 지난해 보르도 와인 수출은 136만㎘, 20억유로(약 3조 5500억원)에 그쳐 1년 새 물량 9%, 금액 7% 줄었다. 중국행 수출이 물량 기준 34% 급감하면서 중국은 최대 수출처 자리를 미국에 내줬고, 미국행 물량도 14% 감소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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