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탄약 소모량이 많아지면서 탄약 비축량이 크게 줄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취소한 데 대해서도 탄약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이 군수 물자가 부족한 여섯 가지 이유(Six Reasons Why the United States Is Low on Munitions)’라는 제목의 글에서 탄약 부족 이유를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가 현재 필요한 만큼 충분한 탄약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데에는 전략적·산업적·제도적·작전적 이유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이란전쟁은 중요한 원인이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란전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됐으며, 중국과의 서태평양 분쟁에서도 투입될 7개 탄약 체계가 전쟁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했다. 이들 탄약은 크게 미사일 방어용과 장거리 지상 공격용의 두 종류로 나뉜다.

미국은 패트리엇과 사드(THAAD), 정밀타격미사일(PrSM) 등 3개 탄약의 초기 재고 가운데 약 절반을 사용했다.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JASSM), SM-2·SM-3·SM-6, 토마호크 등 나머지 탄약은 초기 재고의 약 3분의 1을 소진했다.


그럼에도 이란전쟁에서 상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든 시나리오를 감당할 만큼의 물량은 남아 있다. 위험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전쟁, 특히 중국과의 전쟁에서 비롯된다. 러시아나 북한과의 충돌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여러 분석은 탄약 재고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픽 퓨리 작전’은 탄약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했으며, 앞으로 수년에 걸친 재고 재건이 불가피해졌다.


모든 탄약이 전쟁 때문에 부족해진 것은 아니다. CSIS가 설명했듯 미국은 가격이 더 저렴한 대체 탄약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면 일정한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합동직격탄(JDAM)은 토마호크나 JASSM과 동일한 정밀도와 폭발력을 갖는다. 그러나 사거리가 짧고 항공기가 적의 영토 위를 비행해야 하므로 취약성이 커지고 손실도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전쟁과 무관하게 부족한 탄약도 있다. 장거리대함미사일(LRASM)과 해상타격형 토마호크, 해군타격미사일(NSM) 같은 장거리 대함무기는 중국과의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들 무기는 이란을 상대로 전혀 사용되지 않았거나 극히 소량만 사용됐다. 따라서 이번 전쟁으로 재고가 거의 줄지 않았지만, 대등한 수준의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와 전쟁을 벌이면 기존 재고는 빠르게 소진될 것이다.


2. 냉전 이후 전략은 더 적은 탄약을 요구했다

냉전 당시 미국은 소련이라는 초강대국 경쟁자를 상대했기 때문에 잠재적인 전쟁에 대비해 대규모 탄약 재고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면서 전략과 소요도 달라졌다. 미국은 강대국과의 전쟁 대신 제한적인 지역분쟁 두 건에 동시에 대비하기로 했다. 가상 적국은 이라크와 북한이었다.


이러한 전쟁은 비교적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소련과의 전쟁보다 훨씬 적은 탄약만 필요했다. 이에 따라 탄약 조달 규모도 크게 줄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침공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공세적인 행동을 계속하면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규모 탄약 재고의 필요성이 명확하고 긴급한 문제로 받아들여진 것은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였다.


3. 방위산업 기반은 증산이 아니라 효율적인 평시 생산에 맞춰 설계됐다

냉전이 끝난 뒤 국방부는 냉전 이후의 축소된 국방예산으로 기존의 대규모 방위산업 기반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93년 당시 윌리엄 페리 국방부 부장관은 방위산업체 경영진을 불러 모았다. 이 회동은 이후 ‘최후의 만찬’으로 불리게 됐다. 페리는 기업들에 합병하거나 사업을 다각화하라고 주문했고, 실제로 기업들은 그렇게 했다.


그 결과 방위산업 기반은 크게 축소됐다. 항공우주·방위산업의 대형 원청업체 수는 51곳에서 5곳으로 줄었고, 중간 단계 하청업체 수도 비슷한 비율로 감소했다. 산업구조 전체가 작아진 것이다.


방위산업은 규모만 축소된 것이 아니다. 전략 변화에 따라 평시 수준에서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증산 능력은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 결과 국방부가 2022년 일부 무기의 생산 확대를 결정했을 당시 활용할 수 있는 여유 생산능력은 거의 없었다.


4. 탄약은 국방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경쟁력이 약하다

국방예산 규모와 관계없이 각 군은 항상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조달 부문에서는 탄약을 구매할지, 항공기와 장갑차, 함정 같은 플랫폼을 구매할지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


플랫폼은 30년 동안 운용할 수 있고 외부에 잘 드러나기 때문에 억지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탄약은 생산된 뒤 탄약고에 보관되며, 전쟁이 일어나거나 사용기한이 끝날 때만 밖으로 나온다.


따라서 탄약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더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의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탄약 조달비를 삭감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5. 최근 전쟁에서 탄약을 사용하면서 재고가 감소했다

지난 약 5년 동안 미국이 치른 전쟁에서는 21세기 초반의 대테러전쟁에서는 필요하지 않았던 수준으로 첨단 탄약이 대량 사용됐다.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모두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의 지역전쟁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탄약을 소모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후티 반군을 상대로 벌인 ‘포세이돈 아처 작전’에서는 함정에서 발사하는 SM-2·SM-3·SM-6 요격미사일 수백 발이 사용됐다.


미 해군이 후티의 드론과 미사일을 더 저렴한 공대공 무기와 함정 탑재 무기로 격추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값비싼 요격미사일의 사용량은 감소했다.


2024년 4월과 10월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을 때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 및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이 추가로 사용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미군이 ‘12일 전쟁’ 기간 사드 요격미사일 150발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전쟁에서는 미사일 방어용 탄약뿐 아니라 장거리 타격무기도 다수 사용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후티 대응 작전에서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최소 135발 사용됐고, 트럼프 행정부의 12일 전쟁에서도 24발이 발사됐다.


이러한 첨단 타격무기는 다른 작전에서도 사용됐다. 2025년 크리스마스에 나이지리아 내 이슬람국가(ISIS) 시설을 겨냥해 토마호크 16발이 발사됐고, 2026년 1월 베네수엘라 기습작전에서는 JASSM 수십 발이 사용됐다.


6. 우크라이나 지원은 작은 요인이다.

행정부 당국자들은 미국의 탄약 재고가 줄어든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이전을 거론해왔다.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 보급품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장비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국방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자료에는 총 850억달러 상당의 102개 품목이 나열돼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품목의 압도적 다수는 지상전에 사용되는 장비다.


경·중·대형 트럭과 에이브럼스 전차, 브래들리 보병전투차, M113 장갑병력수송차 같은 장갑차, 포탄, 곡사포, 재블린과 TOW 같은 대전차무기, 박격포와 관련 탄약, 소총과 관련 탄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무기체계는 이란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중국과의 전쟁에서도 재고 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지원 품목에는 실험적인 대(對)드론 체계도 다수 포함됐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시제품이었다. 전시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 정식 전력화 사업은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와 JASSM-ER 등 사거리가 더 긴 타격무기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들 무기의 사거리는 500~1000마일로 에이태큼스의 180마일보다 훨씬 길다. 그러나 아직 실제로 제공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탄약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다. 탄약은 사용하기 위해 존재한다.


미국이 직면한 질문은 현재의 분쟁에서 얻는 이익이 재고 감소로 인해 미래의 전쟁에서 발생할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미국 내에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적 문제다.


미국은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핵심 탄약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이 과정은 바이든 행정부 때 시작됐고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조정법안으로 가속했다. 2027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되면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이다. 몇 년간 서둘러 대량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재고를 완전히 확충할 수 없고, 향후 전쟁에서 필요할 수 있는 증산 능력도 구축할 수 없다.


또한 동맹국과 협력국에 대한 지원은 대체로 문제가 아니지만, 공급이 부족한 일부 탄약의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당장의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계약을 체결한 뒤 탄약이 실제로 납품되기까지 2~4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의 납품 물량은 2024회계연도 이전에 확보된 예산을 반영한다.

AD

시간이 지나면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겠지만, 그 시점은 앞으로도 수년 뒤다. 그때까지 미국은 취약한 시기를 지나야 한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