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서 2배→1.1배…'긴급조치권'으로 삼전닉스 레버리지 손본다
금융당국, 증시 긴급조치권 도입 추진...자본시장법 개정
홍콩식 가변 레버리지 검토...배율 탄력 조정 가능해
'예탁금 상향' 첫날 삼전닉스 레버리지 거래량 감소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본 예탁금을 상향한 데 이어 '긴급조치권' 도입을 추진한다.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홍콩처럼 레버리지 배율을 1.5배나 1.1배 등으로 낮추거나, 투자 제한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기본예탁금이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된 첫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모두 감소하며 규제 후 거래 위축 현상이 확인됐다.
"1.5배, 1.1배 상품 나오나" 홍콩식 '가변 레버리지' 검토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현재 2배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을 당국이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배수를 낮출 경우 당초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수익자 총회 절차를 거쳐야만 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방침이었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의 주범으로 레버리지 ETF가 꼽히면서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입장을 선회했다.
금융위가 참고하고 있는 사례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내놓은 '가변 레버리지 구조'다. 지난달 홍콩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배율을 최대 ±2배 범위 안에서 매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 역시 매 영업일 시장 상황과 위험도를 반영해 다음 거래일 배율이 결정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한 남방동영자산운용(CSOP) 상품들은 이날 현재 기존과 동일한 2배 배율을 적용 중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판단될 경우, 다음 거래일부터 배율이 1.5배나 1.1배 등으로 낮아질 수 있다. 아직 실제 배율이 조정된 사례는 없지만,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러한 가변 레버리지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자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면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긴급조치권에 거래 제한이나 거래 정지까지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긴급조치권 발동 요건 등이 어떻게 구체화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켜 사실상 국내 증시를 '베팅판'으로 만든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달 16일 예탁금 상향을 골자로 한 첫 보완책에 이어 같은 달 29일 공개된 추가 보완대책에는 ▲총투자금액의 20% 이내 등 개인별 투자 한도를 제한하고 ▲과다호가부담금 등 관련 거래비용을 늘리고 ▲모의거래를 도입하고 ▲긴급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일각에선 레버리지 배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 역시 새로운 투자자 리스크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율 결정은 시장 상황과 캐퍼시티(운용한도) 제약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투자자에게 불리한 시점에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초 종목이 급등하기 직전 2배에서 1.5배 등으로 배율이 낮아지면 기대했던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배율을 낮추더라도 레버리지 ETF 특유의 경로 의존성과 복리 효과는 여전히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투자자들은 투자하지 않고 상장폐지보다는 운용사, 유동성공급자(LP) 그리고 약간의 제도상의 도움으로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상장폐지하기보다는 자연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탁금 3000만원 첫날…거래량·거래대금 '뚝'
금융당국은 최근 시행된 예탁금 상향 조치의 여파를 점검한 뒤 긴급조치권 도입 등 추가 규제 시점과 강도를 조율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탁금 상향에 따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발 수급 쏠림이 일부 완화되더라도 구조적 요인까지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향후 긴급조치권 발동 기준과 시장 예측 가능성이 증시 변동성을 완화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탁금 기준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된 첫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급감했다. 한국거래소와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의 전체 거래량은 약 3억234만좌, 거래대금은 약 3조5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단일종목 ETP 상품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전날 합산 거래량 12억2621만좌, 거래대금 12조4485억원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상장한 지난 5월27일 이후 전날까지 평균 거래량인 6억7557만좌, 거래대금 11조6787억원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하루 거래 감소만으로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예탁금 상향 시점과 반도체주 중심의 급등장이 맞물린 만큼 규제 효과를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시장에서는 개미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팔고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로 갈아타는 모습도 확인됐다. 개인 투자자 순매도 1위는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5879억원)였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2156억원 팔아치우며 순매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상위 1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3715억원), 2위는 KODEX 인버스(1111억원)가 차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예탁금 기준 상향에 따라 개인투자자의 신규 진입 제한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도 "장중 변동성이 커지며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효과도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이 급등하며 본주, 단일종목 레버리지 외 타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투자 자금이 분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완책 발표가 잇따르는 가운데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시장은 신뢰가 핵심"이라며 "충분한 검토 없이 급히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추진했다가 이 사태에 이른 만큼, 장기적 시선으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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