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두려워 말고 매일 부려라"… 법조계 'AI 전도사' 강민구 변호사[최석진의 로앤비즈]
AI를 잘 다루는 법조인이 그렇지 않은 법조인 대체할 것
최근 몇 달 AI 진보, 과거 몇 년 치 압축한 '천지개벽' 수준
글쓰기, 명상 등 아날로그적 내공 통해 생각근육 키워야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패했을 때 바둑계가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인간 지성의 성역이라 믿었던 바둑에서 AI가 승리하자 프로 기사들 사이에서는 "이제 바둑은 끝났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이는 누구보다 AI를 깊이 이해하고 훈련에 적극 활용한 신진서 9단이다.
AI는 이미 모든 사회 영역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뒤바꾸고 있다. 두꺼운 서적과 산더미 같은 서류 뭉치가 일상이던 법조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제 AI를 활용할 줄 아는 법조인과 그렇지 못한 법조인 사이의 격차는 단순한 업무 효율성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36년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법조계 AI 전도사'로 활약 중인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법조 분야의 생성형 AI 활용법과 사법 및 입법 과제를 물었다.
다음은 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보수적인 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하며 IT와 AI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5년 육군사관학교 교수 요원으로 복무할 때 중·대형 컴퓨터에 연결된 '더미 터미널'을 보고 밤잠을 설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파스칼과 포트란 같은 컴퓨터 언어를 독학하면서 이것이 미래 법조인의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1988년 판사로 임관한 후 중고차 한 대 값에 육박하던 조립식 XT 컴퓨터를 사비로 구입해 판결문 작성과 손해배상 사건의 복잡한 계산 등에 직접 활용했다. 조직이 보수적일수록 기술은 목적이 아닌 정확성·신속성·국민 편의를 높이는 수단임을 실제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믿었다.
―사법부 종합법률정보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안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 대법원 조사심의관으로 일하며 '종합법률정보 1.0' 구축에 참여했고, 1998년 9월 법원 내부 전산망에 첫 서비스를 열었다. 흩어져 있던 판례, 법령, 문헌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해 검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작업이었다. 현업 법관의 시각에서 개발진과 함께 검증을 거쳤고, 결과적으로 종이 판례집을 일일이 뒤지던 시대에 재판연구관과 법관의 업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지난 6월 23일 서울 서초구 법률신문사 교육센터에서 강민구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가 법조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AI 관련 강연을 하는 모습.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원본보기 아이콘-법복을 벗은 후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강연을 하나.
▲AI의 복잡한 기술적 원리보다는 당장 업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실전 활용법에 집중한다. 최신 변화 흐름, 메타프롬프팅, 여러 AI에 동일한 질문을 던진 후 결과를 융합하는 방법, 환각 검증과 보안 원칙을 실제 화면으로 보여준다. 기업인에게는 시장조사·기획·보고·고객 대응 등 업무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라고 강조한다. 법조인에게는 단순 요약이나 초안 작성을 넘어 쟁점 추출, 반대 논리 탐색, 변론 전략 수립까지 활용하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반드시 인간이 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최근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천지개벽'에 비유했는데.
▲AI는 더 이상 단순한 검색엔진이 아니다. 인간의 언어가 컴퓨터를 움직이는 핵심 요체가 되고, 텍스트·음성·영상·도표를 동시에 이해하며, 자료 조사부터 발표자료 제작과 후속 실행까지 스스로 이어가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제미나이와 앤트로픽 모델에서 나타난 장문 맥락 이해와 추론, 에이전트 능력은 불과 몇 달 동안 과거 몇 년 치의 진보를 압축해 보여준다. 이는 특정 기술에 대한 과장이 아니라 지식노동의 비용, 속도, 조직 구조 전체가 동시에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다.
-업무에 'AI 6총사'를 이용하며 월 100만원가량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AI마다 특화된 강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GPT는 작업지시서를 다듬는 메타프롬프트 작성과 작업 설계에 쓰며, 제미나이는 방대한 자료 분석과 딥리서치에 강하다. 클로드는 긴 기록의 논리 분석과 법률문서 초안 작성, 문체 교정에 활용한다. 퍼플렉시티는 최신 웹 출처 검색 참모, 그록은 실시간 이슈와 반론 확인 참모다. 여기에 사건 자료를 보안 속에 구조화하고 변론용 자료로 만드는 제미나이 노트북을 병용한다. 동일한 프롬프트를 여러 모델에 병렬 입력하고 결과를 융합해야 단일 모델의 맹점을 극복할 수 있다.
-AI를 잘 다루기 위해 필요한 핵심 노하우와 자질은.
▲AI는 '우문우답, 현문현답' 기계다. 사실관계, 목적, 쟁점, 금지사항, 원하는 형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힘, 즉 생각근육은 아날로그적 내공에서 나온다. 평소 종이책을 읽고, 매일 글을 쓰며, 명상과 사고실험을 하고 전문가와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매일 실제 업무에 수시로 적용해보고 실패한 질문까지 기록해 고쳐나가는 반복 훈련이 가장 빠른 길이다.
-"어쏘(저연차) 변호사의 입지가 줄어든다"고도 한다.
▲판례 검색, 기록 요약, 계약서 검토 등 저연차 업무의 상당 부분이 압축되는 것은 사실이며, 도제식 교육 사다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과 증거의 무게를 읽는 일, 의뢰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 법정에서 사람을 설득하고 윤리적 책임을 지는 일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AI가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변호사가 그렇지 않은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다.
-AI의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과 보안 문제에 대한 대책은.
▲AI가 만든 사건번호와 인용문은 절대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공식 웹에 존재하는 판례만 제시하도록 울타리를 친 뒤,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등 원문과 일일이 대조하는 검증 체계가 필수적이다. 비식별화가 되지 않은 비밀자료는 외부 AI에 입력해선 안 된다. 법원과 변협 차원의 통일된 활용지침과 보안형 법률 AI 개발이 시급하며, 허위 인용을 중대한 과실로 제출할 경우 정정명령, 비용 부담, 고의성 수준에 따른 징계 기준도 정립돼야 한다.
-판결문 전면 공개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이유는.
▲판결문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재이자 사법 통제의 출발점이다. 판결이 공개돼야 재판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고, 대형 로펌과 개인 변호사·국민 간의 정보 격차도 줄일 수 있다. AI가 엔진이라면 판결문은 그를 움직이는 최고급 연료다. 다만 가사, 성범죄, 소년 사건 등 내밀한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되, 과잉 익명화 대신 소송상 지위가 드러나는 합리적 가명 처리를 확대해야 한다.
-후배 법조인과 입법 정책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후배들은 AI를 두려워하거나 숭배하지 말고 매일 부려보길 권한다. AI라는 천리마를 길들이려면 깊은 법률지식과 윤리의식이 필수적이다. 사용을 미루지 말고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업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역시 최근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을 바탕으로 규제 완화와 스타트업 지원, 공공데이터 개방,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전 국민 AI 문해교육을 추진해야 기술 주권 확립과 AI 격차 해소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최근 출간한 'AI, 그 길을 묻다'에 AI와 관련된 40개 융합적인 쟁점을 전부 정리하고, 각 장별 주제를 5분 내외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국민 모두에게 제공 중이니 많은 참조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he is..
1981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2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1983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졸업
1984 사법연수원 14기 수료
1985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법학과 교수
1988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판사
1999 미국 국립주법원 행정센터 법원정보화 과정 연수
2011 한국정보법학회 공동회장
2014 창원지방법원장
2015 부산지방법원장
2017 대법원 법원도서관장, 사법정보화전략위원장 겸임
2020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024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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