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령 세우타로 무단 입국자 대거 몰려
사망자 등 인명피해 속출·EU 국경 통제 강화
“모로코 관여 없이 불가능”…정치적 보복설도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로 최대 6만명에 달하는 이주민이 한꺼번에 넘어오며 벌어진 국경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대규모 사망자 발생과 외교적 파장으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두고 모로코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경 통제를 사실상 완화했다는 이른바 '모로코 배후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는 스페인 내무부를 인용, 사태 이틀째인 지난 31일(현지시간) 세우타에 들어온 무단 입국자 가운데 최소 4만8300명이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유입 규모를 약 5만명으로, 세우타 당국은 최대 6만명으로 추산했다. 현재 수천명은 현지에 남아 군과 경찰이 신원 확인과 송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로 몰려든 무단 입국자들. 연합뉴스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로 몰려든 무단 입국자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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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세우타를 찾아 "이는 스페인의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이자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임시 접수센터 설치와 신속한 추방 절차, 해상 경계용 부표 설치 등 국경 통제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로 최소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등 인명 피해가 컸다. 상당수는 방파제를 헤엄쳐 건너려다 익사했고, 일부는 대규모 인파 속에서 압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 보안 당국은 물대포와 최루가스 등을 동원해 추가 월경 시도를 막았다.

유럽연합(EU)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세우타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경 통제 강화를 촉구했다. 프랑스는 국경 검문을 강화했고, 이탈리아와 독일, 스웨덴도 스페인 정부에 신속한 상황 통제를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번 사태를 "재앙"이라고 규정하며 스페인의 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 배경 두고 해석 분분...모로코 배후설까지 등장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해상 입국 이주민에 대한 즉각 추방을 제한한 자국 대법원 판결을 인신매매 조직이 왜곡해 퍼뜨리면서 대규모 월경이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같은 오독이 몇 시간 만에 인신매매 조직망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 대규모 유입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우타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모로코 보안 당국이 경계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우타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모로코 보안 당국이 경계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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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제사회에서는 모로코가 의도적으로 국경 단속을 느슨하게 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평소 무단 월경을 엄격히 막아 온 모로코 국경수비대가 이주민들에게 국경을 향해 가라는 손짓을 했다는 목격담도 잇따랐다.


영국 BBC는 런던의 외교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소속 폴 멜리 연구원의 분석을 인용, "모로코는 이미 스페인을 상대로 이주 압박을 보복 수단으로 활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이 최근 알제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을 강화한 데 대한 불만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서사하라 문제를 둘러싸고 수십년째 갈등을 이어오고 있으며, 모로코는 세우타와 멜리야에 대한 스페인의 영유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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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타 이주 문제를 연구하는 로렌초 가브리엘리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대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모로코가 관여하지 않고 단 하루 만에 거의 5만명이 국경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EU 산하의 국경 및 해안경비대 기관 프론텍스는 "이번 사태가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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