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주지직 사퇴하며 사실상 출사표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
출가자 급감·AI 대응·총무원 권한 집중 비판
진우·경우 스님과 선거 구도 주목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오대산 월정사를 22년간 이끌어온 정념 스님이 주지직에서 물러났다. 오는 9월 치러질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위한 사실상의 출사표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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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 스님은 31일 조계종 총무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월정사 교구장직을 내려놓으며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2004년 월정사 주지로 처음 취임한 뒤 여섯 차례 연임하며 교구를 이끈 지 22년 만이다.


정념 스님은 사직의 변에서 이번 결정을 "물러나기 위함이 아니라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수행자는 항상 저잣거리로 내려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이 산에 내린 수십 년의 뿌리로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께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국 불교가 직면한 위기도 정면으로 거론했다. 정념 스님은 출가자 수가 20년 전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고 청년들의 사찰 방문이 끊기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불교가 내놓을 답이 부족하고, 선명상 사업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서도 간화선에 대한 철학적·교학적 정리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총무원 중심의 종단 운영 방식에도 날을 세웠다. 총무원으로 권한이 집중되고 전국 교구는 분담금 부담에 시달리는데도 '교구 중심제'는 선언에 머물고 있다며 "이를 지켜보는 것은 더 이상 종도로서, 수행자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주지직 사퇴를 단순한 소임 교체가 아니라 종단 운영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행보로 설명한 셈이다.

정념 스님은 아직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다. 후보 등록도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교구본사 주지직을 내려놓고 종단 개혁 구상을 밝힌 만큼 교계에서는 출마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 등록은 다음 달 11일부터 13일까지다.


정념 스님은 올해 4월부터 여러 차례 출마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당시 "AI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대전환의 시대"라며 불교계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고, 6월 출판기념회에서는 "더 큰 자리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AI 로봇에게 수계하거나 가사를 입히는 행사를 두고는 인간성·윤리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 퍼포먼스가 앞섰다고 현 집행부를 공개 비판했다.


선거 방식에도 입장을 드러냈다. 종도들의 폭넓은 합의에 따른 추대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일부 기득권 세력이 만든 추대 구조에는 반대했다. 그는 "추대 과정 역시 매우 민주적이어야 한다"며 건전한 선거와 종도들의 의사 결집을 강조해왔다.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는 9월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뽑는 240명 등 총 321명의 선거인단이 조계종의 차기 행정 수장을 결정한다. 총무원장은 4년간 종단 행정과 대외 업무를 총괄한다.


교계에서는 현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연임 도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진우 스님은 2022년 단일 후보로 추대돼 투표 없이 당선됐고, 선명상과 젊은 세대를 겨냥한 불교 대중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도 중앙종회 최대 종책모임인 불교광장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정념 스님의 주지직 사퇴로 이번 선거는 진우·정념·경우 스님을 축으로 한 경쟁 구도가 보다 뚜렷해질 전망이다.


같은 날 조계종 총무원 부실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경우 스님도 교구장직 사임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선거를 앞둔 종단 내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4년 전 무투표 추대와 달리 이번에는 복수 후보가 맞붙는 경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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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 스님은 사직의 변에서 "수행이 곧 정책이고 정책이 곧 수행임을 교구장 소임을 통해 체험했다"고 했다. 22년간 머문 오대산을 떠나며 그가 남긴 마지막 문장은 "고맙습니다. 그리고 잠시 안녕히 계십시오"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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