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최근 한화그룹의 지분 확대를 '기업 인수 시도'로 해석하며 반대 목소리를 낸 가운데, 한화 측의 지분 확대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AI 노조와 사천시민참여연대는 지난달 29일 경남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의 KAI 인수 시도에 반대한다"면서 "항공우주산업은 국가안보, 기술 주권, 미래성장 동력을 책임지는 국가전략산업인 만큼 정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KAI는 1999년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를 정부 주도로 설립된 국가 항공우주산업 핵심 기업"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 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가 항공우주산업을 정부에서 관리하고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한화그룹이 장내 매수를 통해 KAI 지분을 확대했고 보유 목적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라며 "이는 KAI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향후 경영권 확보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는다면 사실상 KAI 민영화와 특정 재벌 중심의 산업 재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고 국가 항공우주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화 측의 KAI 지분 인수 확대가 향후 대한민국 항공우주·방위산업에 상승효과를 일으킬 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관계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조가 언급한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럽그루먼, 에어버스, 레오나르도 등은 상장된 민간기업으로 국방부나 정부와는 '고객-공급자' 관계로 계약을 수주할 뿐,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민간 영역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복합화를 이뤄온 대표적 사례들로 꼽히며, 20위권 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기업 중 국영으로 운영되는 곳은 러시아와 중국 일부 기업뿐으로 나타났다.
또 전문가들은 "1999년 업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KAI가 출범했듯이 K-방산 도약을 위해 다시 한번 우주항공 분야의 대형화·복합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방산기업 순위 20위권의 한화와 70위권의 KAI 각자의 역량만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한계가 있다는 이유이다.
오히려 한국형 우주항공·방산 플랫폼 구축으로 중장기 전략 수립, 대규모 투자, 시너지 제고, 해외 네트워크 활용한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에 매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사천을 포함한 경남지역 경제 활성화, 협력업체 상생, 지역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투자가 불투명한 공기업화보다는 민영화를 통한 대규모 자본 유치가 필수적일 수 있다"라고도 했다.
한화는 7월 초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국민보고회'에서 경남을 중심으로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 산업에 대한 총 55조원 규모를 투자해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 균형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우주항공과 국방 AI 산업에 관련된 것으로, 사천, 진주, 창원 등 경남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대규모 투자이기에 '지역 생태계 훼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지역인재 양성과 협력업체 기술경쟁력 제고, 스타트업·연구기관과의 동반성장을 3대 축으로 삼아 부산대·창원대·경상대 등과 계약학과·대학원 협력을 추진하는 점도 지역 경제계에선 환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KAI는 최근 경남 사천 본사에서 'KF-21/IF-X 체계개발 종결 기념행사'를 열고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개발 사업의 마무리와 양산 체제 전환을 알렸다.
2분기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1% 감소해 시장 예상치인 889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매출은 1조 1679억원으로 41.0% 늘었지만, 시장 전망치인 1조 2028억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업계에선 KAI의 실적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영화 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시스템은 지난 7월 20~24일 장내 매수를 통해 KAI 주식 총 101만 830주(1.03%)를 매수했다. 이를 포함해 한화그룹이 보유한 KAI 주식은 총 14.64%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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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관계자는 "한화시스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약 15% 확보했다"며 "방산과 우주항공 분야 핵심 사업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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