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공개매수에도 지분율 79%서 멈춰
"선택지 스스로 줄여 논란 선제적으로 차단"
SK디앤디가 136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증권신고서에 "상장폐지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명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PEF는 통상 투자 회수 방안을 놓고 선택지를 최대한 열어두는 쪽을 택한다. 공시로 특정 계획을 단정해 버리면 이후 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바뀌어도 스스로 발목을 잡는 부담을 떠안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성공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앤컴퍼니, 2차례 공개매수에도 지분율 79%에서 멈춰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지난해 SK디앤디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SK디스커버리로부터 보유 지분 전량(31.27%)을 주당 1만2750원에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를 대상으로도 같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대주주에게만 얹어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 주주와도 나누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한앤코는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업은 프로젝트가 애초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대규모 손실과 추가 자금 투입이 뒤따르는 업종이다.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차라리 비상장 회사로 전환해 중장기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편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두 차례 공개매수에도 자진 상장폐지 요건인 지분율 95%에는 닿지 못했다. 한앤코의 지분율은 약 79% 선에서 멈춰 섰다.
통상 PEF는 공시에서 유보적인 표현을 선호한다.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아버리면, 나중에 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바뀌더라도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앤코가 단정적 표현을 택한 것은, SK디앤디의 자금난을 풀려면 이번 유상증자의 성공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디앤디, 심각한 자금난 "자구책 다 성공해도 10월 말 현금 마이너스"
SK디앤디는 지식산업센터 시장 침체와 중앙그룹 사태 여파로 인한 채권시장 경색이 겹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회사는 자산유동화와 주식담보대출(약 1890억원), 자산 8건 매각 추진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이어왔다.
문제는 이 계획이 모두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가정해도 오는 10월 말 예상 현금 잔고가 마이너스(-) 612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쥐어짤 수 있는 것을 다 쥐어짜도 만기가 몰린 자금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상증자 없이는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처럼 신속하고 확실한 자금 조달이 필요할 때 기업이 흔히 꺼내는 카드는 자금력 있는 최대주주를 상대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대주주 한 곳만 설득하면 되니 자금이 들어오는 속도도 빠르고 확실하다.
그럼에도 SK디앤디 이사회는 이 방식을 배제했다. 이미 두 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한 전례가 있는 만큼, 제3자 배정을 택할 경우 '자금 조달을 명분으로 대주주 지배력을 키운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주주 배정 방식이라고 해서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 주주가 청약을 포기해 실권주가 생기면 결과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올라갈 수 있어서다.
한앤코가 증권신고서에 "상장폐지 계획이 없다"고 명시한 것은 이런 오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회사는 여기에 더해 실권주 발생 등으로 지분율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주식 유통물량 확보 차원에서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까지 신고서에 담았다.
일각에서는 SK디앤디가 실권주를 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최대주주의 지분율 상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그러나 실제 셈법은 그 반대에 가깝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일반공모를 통해 실권주를 소화시키면 그만큼 발행 주식 수가 더 늘어나고, 그 물량은 기존 주주가 아닌 신규 주주에게 돌아간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이 오히려 커지는 구조다. 실권주 미발행이 기존 주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집에 굴러다니는 옷 빌려주고 월 1000만원 찍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는 SK디앤디의 극심한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려 했던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향후 투자 관련 선택지를 스스로 줄이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