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부터 마크다운
VIP 먼저, 일반 고객은 나중
희소성과 재고 효율 동시에 노린 '조용한 마크다운'

"샤넬은 절대 세일하지 않는다."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 샤넬은 대표 핸드백 가격을 매년 인상하면서도 백화점 할인 행사나 쿠폰 대상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노세일(No Sale)' 정책은 브랜드의 희소성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원칙에도 예외는 있다. 샤넬은 매년 여름과 겨울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일부 상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마크다운(Markdown)'을 진행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여름 시즌 마크다운은 오는 8월6일부터 국내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별도의 광고나 공식 안내는 없지만 명품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매년 기다리는 행사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연합뉴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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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서 마크다운은 판매가격을 인하하는 일반적인 할인 정책을 의미한다. 그러나 명품업계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브랜드 전체를 할인하는 시즌오프가 아니라 시즌이 종료된 일부 상품만 제한적으로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방식이다. 상시 할인은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명품 브랜드마다 할인 정책도 조금씩 다르다. 루이비통과 에르메스는 공식적인 시즌오프를 사실상 하지 않는 대표적인 '노세일' 브랜드다. 반면 프라다와 미우미우, 디올 등은 의류와 슈즈 등 시즌 상품을 중심으로 시즌오프를 진행한다. 샤넬은 그 중간에 있다. 클래식 플랩백과 2.55백 같은 핵심 가죽 제품은 철저히 정가 판매를 유지하면서도 계절성이 강한 의류와 슈즈, 액세서리만 한정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한다.


마크다운이 이뤄지는 이유는 재고 관리다. 명품 브랜드도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하는 만큼 봄·여름(S/S) 상품이 빠져야 가을·겨울(F/W) 신제품을 진열할 수 있다. 특히 의류와 샌들, 시즌 액세서리처럼 계절성이 강한 제품은 다음 시즌까지 보관하는 것보다 일정 수준 할인해 판매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재고를 장기간 보유하면 보관 비용이 늘고 상품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다만 명품업계에서 가격은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할인 없이 판매되는 비중인 '정가 판매율(Full-price sell-through)'을 주요 지표로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잦은 할인은 소비자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 정가 구매를 미루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넬 클래식 플랩백. 샤넬 홈페이지 캡처

샤넬 클래식 플랩백. 샤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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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대상은 주로 의류와 슈즈, 샌들, 시즌 액세서리, 코스튬 주얼리, 스카프 등이다. 할인율은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0~5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약 30% 할인으로 시작한 뒤 재고 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가 이뤄지기도 한다. 반면 클래식 플랩백과 2.55백, 코코핸들, 샤넬22 등 대표 핸드백과 지갑 등 핵심 가죽 제품은 사실상 마크다운 대상에서 제외된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제품의 가격 체계를 유지해 정가 판매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샤넬 마크다운이 '희귀한 할인'으로 인식되는 또 다른 이유는 운영 방식에 있다. 샤넬은 홈페이지나 광고 등을 통해 마크다운 일정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대신 매장 판매사원(SA)이 기존 VIP 고객에게 먼저 할인 대상 상품을 개별 안내한 뒤 일반 고객 판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인기 상품은 일반 고객에게 공개되기 전에 대부분 판매되기도 한다. 마크다운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이유다. 반대로 행사 정보를 미리 접한 소비자들은 첫날부터 백화점 개장 전 대기줄을 서며 한정된 물량 확보에 나서는 모습도 매년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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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브랜드의 가격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가 판매하는 것은 제품뿐 아니라 가격에 대한 신뢰"라며 "정가 판매 원칙이 흔들리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 브랜드 가치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마크다운도 VIP 중심의 제한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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