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조였다니" 잔금대출에 스텝 꼬인 총량 규제…정부, 1.5% 목표 손질하나
이억원 "은행이 더 조였다" 규제 모순 드러내
금융위, 잔금대출·전체 대출 순증 규모 추산
가계대출 총량 목표 확대도 검토
"잔금대출은 규제 안에서 받을 수 있는데 은행들이 더 조여버린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지난 28일 국회 발언을 계기로 현행 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모순이 부각되면서 다음 주 발표가 예상되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정책에 이목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고강도 총량 규제로 사실상 잔금대출을 막아놓고 은행에 책임을 돌린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 확대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과 하반기 입주 예정 사업장의 잔금대출 수요와 실제 가계대출 순증 규모를 추산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현행 총량 규제를 유지할지, 잔금대출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일부 제외할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인 1.5%를 상향할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관건은 잔금대출이 실제 가계대출을 얼마나 늘리느냐다. 아파트 분양대금은 통상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구조로 납부된다. 잔금대출 상당 부분은 기존 중도금대출을 상환·대환하는 성격이어서, 이미 대출 통계에 반영된 중도금대출을 감안하면 잔금대출 전액이 신규 가계대출 순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잔금대출 규모가 2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실제 순증 규모는 이보다 훨씬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조 단위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현행 총량 규제를 유지할 경우 대출 공급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총량 규제에 막혀 추가 대출을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1.5% 총량 규제 아래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순증 한도를 총 4조3300억원으로 묶었는데 이미 목표치를 초과했다. 신규 대출을 취급할 여력이 거의 없는 셈이다.
결국 현행 총량 규제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잔금대출을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1.5% 목표를 상향하는 등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총량 규제 완화와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청년·서민 등 실수요자에 대한 총량 규제 예외 적용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 위원장의 국회 발언 역시 총량 규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잔금대출 문제 해결을 지시한 뒤 즉각 보완책 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총량 규제로 은행들의 대출 한도가 소진된 현실을 외면한 채 책임을 은행에 떠넘긴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위는 당초 이번 주 부동산 대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다음 주로 연기한 상태다. 대책에는 잔금·이주비 등 집단대출과 청년·서민 실수요자 대출 완화,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 등이 담긴다. 다만 보완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발표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트럼프는 돈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30년 만에 ...
금융권 관계자는 "강도 높은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까지 막히면서 정부의 대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총량 한도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