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보관용 얼음 몰래 갈아 빙수 만들고 날달걀 얹어 먹고…빙수의 유래[맛있는 이야기]
日서 전파된 빙수…처음에는 과일 시럽 뿌려
식품 산업 성장한 1970년대부터 팥빙수 인기
지금은 화려한 토핑 넣은 고급 빙수 경쟁
한국 빙수의 얼굴마담은 팥, 미숫가루, 떡 등을 얹은 '팥빙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팥빙수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디저트로, 과거 한반도에 처음 빙수가 퍼질 때는 오히려 팥을 얹지 않은 과일빙수가 대세였다. 한국 빙수의 출발점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식 빙수였기 때문이다.
빙수에 팥 대신 시럽·날달걀 등 얹어 먹었다
일본식 딸기 시럽 빙수. 한반도에 처음 전해진 빙수는 이런 형태로 추측되며, 소파 방정환은 이 빙수에 날달걀을 섞어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팬쿠루(Japankuru) 홈페이지 캡처
얼음을 으깬 간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존재했다. 로마 제국의 네로 황제는 얼음에 과일, 꿀을 얹어 즐겨 먹었다고 하며, 동양에선 기원전 3000년경부터 간 얼음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냉동 기술이 없었던 시절 얼음은 매우 귀했던 만큼, 한반도에선 왕족이 가끔 먹는 별미에 가까웠다.
그런 빙수가 서민 디저트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일제 강점기부터다. 제빙 공장, 빙삭기가 국내에도 도입되면서 도시를 중심으로 빙수 제과점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빙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팥빙수가 아닌, 일본식 과일빙수였다. 간 얼음을 그릇에 소복이 쌓은 뒤 과일시럽을 뿌려 먹는 방식이다.
아동 인권 운동가로 유명한 소파 방정환이 잡지 '별건록'에 기고한 글을 보면 당시 유행했던 빙수의 모습이 자세히 기록됐는데, 방정환은 딸기시럽을 뿌린 빙수에 날달걀을 깨 먹는 걸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생선 보관용 얼음으로 몰래 빙수 만들던 1920년대…제과 시장 열리며 변해
우리가 잘 아는 팥빙수는 해방 이후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일제강점기 때도 잘게 부순 얼음 위에 단팥을 얹는 '얼음팥'이라는 일본식 디저트가 전해진 바 있다. 다만 팥빙수에 필수적인 식자재 연유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 비로소 국내로 유입됐다.
국내에서 팥빙수는 1970년대부터 인기를 끌었는데, 이때부터야 고도 경제 성장기를 맞이해 다양한 식품 기업이 탄생하고, 식품 위생 규제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탓이다. 이전까지는 일부 비양심적인 상인들이 생선 보관용 얼음을 몰래 가져다 빙수로 만들어 위생 문제가 나타나곤 했으며, 급기야 조선총독부가 1921년 얼음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공포했다는 기록도 있다.
반면 1970년대는 크라운, 롯데, 대상 등 한국 제과 기업이 탄생해 가공식품을 양산한 시기다. 덕분에 빙수에 올릴 팥 통조림, 곡물가루, 젤리, 찹쌀떡 등 고명도 수월하게 구할 수 있게 됐다.
현대는 팥빙수 넘어 고급 빙수 경쟁
오늘날 한국식 빙수는 토핑을 더욱 고급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설빙' 등 빙수 전문 브랜드가 탄생하면서 과일, 치즈, 초콜릿 등 화려한 토핑을 얹은 고급 빙수 시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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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호텔들도 빙수 디저트를 선보이며 고급 빙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례로 우유를 얼려 만든 우유 얼음 위에 생 애플망고 과육을 가득 얹은' 애플망고 빙수'는 매년 여름철 국내 호텔들이 앞다퉈 내놓으며, 가격대는 10~15만원에 이를 만큼 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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