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 거대한 재편 국면 속
파이프라인 강국 K바이오는 소외

편집자주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전례 없는 인수합병(M&A) 초호황기를 맞고 있다. 올해 8월까지만 276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글로벌 바이오 M&A 시장에 흘러들어왔지만, 국내 기업이 대상이 된 '빅딜'은 없었다. 세계 시장에서 산업 경쟁력을 점점 인정받고 있는 한국 바이오에는 속이 쓰린 일이다. 파이프라인 개수로는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위에 해당하고 해외 콘퍼런스·전시회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는 신약 기업들도 많다. 기업공개(IPO)에만 의지하는 자금 조달·투자 회수 시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우리 바이오 기술기업들이 왜 외면받는지, 근본 경쟁력 개선과 더불어 자금 조달 시장에서의 해법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M&A 찬밥' K바이오]①상반기만 276조 터졌는데 세계 3위 韓은 소외


['M&A 찬밥' K바이오]②데이터·임상·지배구조의 덫에 걸린 한국

['M&A 찬밥' K바이오]③"파이프라인 정리하고 핵심역량·단일기술에 집중해야"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인수합병(M&A) 시장이 초대형 거래 재개와 기술 주도형 투자에 힘입어 거대한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 반면, 산업 경쟁력이 남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M&A 시장에서 소외되는 흐름이 점점 더 짙어진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초호황기 접어든 바이오 M&A

3일 SK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거래 규모는 1936억700만달러(약 276조4262억원)로 파악됐다.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지난해 전체 연간 규모인 2090억달러(약 298조131억원)에 이미 육박한 수준이다. 하반기에도 주요 제약사들의 활발한 M&A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던 2019년의 2540억달러(약 362조1786억원) 기록을 올해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M&A 찬밥' K바이오]①상반기만 276조 터졌는데 세계 3위 韓은 소외
AD
원본보기 아이콘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의 파이어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이어진 글로벌 바이오 M&A는 매출 방어용과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성격이 혼재돼 나타났다. 머크는 주력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67억달러(약 9조8825억원)를 들여 혈액암 치료제 개발사 '턴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했다.

턴스의 핵심 자산인 'TERN-701'은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과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다. 애브비는 임박한 특허 만료 위협이 없음에도 109억달러(약 16조775억원)를 투입해 '아포지 테라퓨틱스'를 품었다. 아포지의 주력 자산 '주밀로키바르트'는 투약 주기를 늘려 환자 편의성을 개선한 단일클론항체로, 피부 질환 시장 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자산이다.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대형 제약사의 인수 대상이 임상 1·2상 수준의 초기 자산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올해 바이오테크 M&A 거래 가치의 약 60%가 임상 2상 이하 자산에서 발생했다. 기업들이 상업화 이전의 개발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감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라이릴리는 임상 1상 단계인 아약스 테라퓨틱스를 23억달러(약 3조3925억원)에 인수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역시 임상 1b/2상 단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투불리스를 50억달러(약 7조3750억원)에 인수했다. 노바티스 또한 경구용 억제제 초기 자산 확보를 위해 시노베이션 테라퓨틱스를 30억달러(약 4조4250억원)에 인수하며 정밀 의학 분야에 집중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작용 기전이 명확한 기술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개념 증명(PoC)만 확인되면 신속히 인수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M&A 찬밥' K바이오]①상반기만 276조 터졌는데 세계 3위 韓은 소외 원본보기 아이콘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3위인데…M&A 빅딜과는 거리가 먼 韓

이처럼 M&A 거래가 활성화하는 배경으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규제 완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 대상에서 특정 희귀질환 치료제 등을 제외하는 방침 등이 꼽힌다. 규제와 정책 측면의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한층 더 공격적으로 M&A 단추를 누르게 됐다는 것이다.


FTC가 기존의 경직된 반독점 제동 기조에서 벗어나 M&A에 대한 명확하고 현실적인 승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대형 제약사들은 법적 리스크 부담을 덜고 적극적인 인수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더해 IRA에 따른 약가 인하 압박 속에서도 단일 적응증 대상 희귀질환 치료제 등이 약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례를 받으면서 투자금 회수와 수익성 산정이 명확해진 희귀질환 및 정밀의료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급상승했다.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특허 만료 약물의 증가와 IRA 약가 인하 등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제약사들의 매출 공백을 채우기 위한 M&A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매출 공백을 채우기 위한 전략으로 상업화·후기 파이프라인 기업 인수가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파이프라인의 개수 측면에서는 미국(1만1662개)·중국(7141개)에 이어 글로벌 3위에 해당하는 한국(3259개)은 M&A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국내 기업이 주도하거나 인수 대상이 된 글로벌 '빅딜(10억달러 이상 M&A)'은 올해 상반기는 물론 산업 태동 이후로 봐도 전무한 실정이다.

AD

국내 기업의 대형 M&A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록빌 공장 인수나 셀트리온의 브랜치버그 공장 인수처럼 해외 위탁생산 및 제조 인프라 확보에 집중돼 있다.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당시 레고켐바이오) 인수(5485억원 규모), TKG 그룹의 에이프릴바이오 인수(3468억원 규모) 등 이종 산업의 바이오테크 인수가 국내 바이오 M&A 시장의 가느다란 희망을 보여준 정도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