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 산책]예술가 '수퍼 IP'를 창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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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필자는 조수미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 특별전 'CONTINUUM: 四季의 노래'를 SMI 엔터테인먼트와 공동 기획해 선보였다. 이 전시는 한 성악가의 업적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최고의 목소리가 남긴 40년의 시간은 어떻게 다음 세대의 문화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조수미의 예술 여정을 봄·여름·가을·겨울의 흐름으로 구성하고, 무대 의상과 훈장, 사진, 포스터 등 아카이브에 한국 현대미술과 미디어 영상, AI 기술을 결합했다. 한 예술가의 삶과 시간을 보고, 걷고, 기억하게 한 것이다. 이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은 K팝, 드라마, 웹툰, 영화, 게임, 패션, 관광, 교육과 결합하고, AI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예술가의 생애와 철학, 작품세계가 다양한 콘텐츠를 낳는 원천 IP가 되는 시대다.


2024년 한국 콘텐츠산업은 매출 157조 원, 수출 141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정부도 AI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기업의 '슈퍼 IP'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을 대중문화의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장르에만 한정해서는 안 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와 문화예술 아카이브도 문화창조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바라봐야 한다. 해외에는 예술가를 슈퍼 IP로 발전시킨 사례가 많다. 마리아 칼라스의 삶과 예술은 영화, 전시, 패션, 출판으로 재해석되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유산은 재단과 박물관, 다큐멘터리로 이어지고 있다. 에드바르 뭉크와 마크 로스코 역시 삶과 작품, 시대정신이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되며 거대한 문화 IP가 됐다.

우리나라에도 이들과 견줄 잠재력을 지닌 예술가가 많다. 성악가 조수미를 비롯해 화가 김환기, 천경자 등 한국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는 세계인이 공감할 고유한 서사와 미학이 축적돼 있다. 이제 이들을 과거의 위대한 예술가로 기념하는 데 머물지 말고, 세계인이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재해석하는 '한국형 슈퍼 IP'로 발전시켜야 한다.

성악가 조수미 40주년 기념전 전시 전경.  조수미를 비롯해 화가 김환기, 천경자 등 한국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는 세계인이 공감할 고유한 서사와 미학이 축적돼 있다. 이제 이들을 과거의 위대한 예술가로 기념하는 데 머물지 말고, 세계인이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재해석하는 '한국형 슈퍼 IP'로 발전시켜야 한다. SMI엔터테인먼트

성악가 조수미 40주년 기념전 전시 전경. 조수미를 비롯해 화가 김환기, 천경자 등 한국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는 세계인이 공감할 고유한 서사와 미학이 축적돼 있다. 이제 이들을 과거의 위대한 예술가로 기념하는 데 머물지 말고, 세계인이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재해석하는 '한국형 슈퍼 IP'로 발전시켜야 한다. SMI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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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한국 대표 예술가 IP 프로젝트'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예술적 성취와 글로벌 공감을 이끌어낼 서사적 잠재력을 지닌 예술가를 선정하고, 흩어진 생애 자료와 작품 정보, 사진, 영상, 인터뷰를 수집·복원·디지털화해야 한다. 저작권과 초상권, 아카이브 활용 권한을 정비하고, 작가·유족·미술관·콘텐츠 기업·기술 기업이 공동 활용할 문화 IP 플랫폼도 구축해야 한다. 작가별 생애와 철학, 시대적 배경, 주요 사건과 작품의 의미를 정리한 '스토리 바이블'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웹툰·게임을 개발해야 한다. 민간이 파일럿 콘텐츠를 제작하고, 해외 플랫폼과 미술관, 공연장으로 이어지는 유통망까지 지원해야 한다. 예술 보존과 콘텐츠 산업화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돼야 한다.


AI와 다양한 매체의 발달은 이러한 작업을 빠르게 추진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흩어진 기록을 연결하고 여러 언어로 번역하며, 새로운 세대가 예술가의 세계를 몰입형 전시와 대화형 콘텐츠, 가상공간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경험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예술가를, 어떤 목적과 방향으로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작가의 이미지와 유명세만 반복적으로 소비해서는 안 되고 작품의 본질과 인간의 이야기가 세계인의 감정 속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처음 한두 명의 예술가를 국가 대표 IP로 선정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선정 기준과 지원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논란이 두렵다는 이유로 시작하지 않는다면 소중한 문화자원을 세계적 가치로 성장시킬 기회를 잃게 된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되, 우선 한 명부터 시작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이 관심을 지속 가능한 문화창조산업으로 이어가려면 우리 안의 위대한 예술가를 발굴하고, 세계가 공감할 이야기와 콘텐츠로 확장해야 한다. 조수미의 40년을 음악과 미술, 아카이브와 AI가 만나는 전시로 구현한 것은 그러한 시도의 하나이다. 한 예술가의 업적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그의 삶과 예술을 세계인이 함께 경험하는 슈퍼 IP로 만드는 일. 그것이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창조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시작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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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숙 아트토큰 대표·융합콘텐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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