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경영의 12가지 조건
좋은 회사는 복지를 많이 주는 곳일까, 성과급을 크게 주는 곳일까. 갤럽과 짐 하터 등 저자들은 질문을 더 아래로 내린다. 직원은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고 있는가, 일을 제대로 할 장비와 자원이 있는가, 지난 일주일 동안 인정이나 칭찬을 받은 적이 있는가. 이 책의 12가지 조건은 거창한 경영 구호가 아니라 사무실에서 매일 스쳐 지나가는 질문들로 이뤄져 있다. 갤럽이 전 세계 80여 개국, 12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직원 몰입과 성과의 관계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미덕은 감동적인 리더십 미담보다 데이터의 집요함에 있다.
읽고 나면 '몰입'이라는 말이 덜 낭만적으로 보인다. 몰입은 직원의 열정이나 충성심을 쥐어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심리적 환경을 마련하는 일에 가깝다. 회사의 사명과 나의 일이 연결되어 있는지, 성장에 관해 대화를 나눈 사람이 있는지, 일터에 나를 한 명의 인격체로 배려하는 사람이 있는지 같은 질문은 결국 조직의 수준을 드러내는 작은 계기판이다. 출판사 리뷰가 제시한 수익성 21%·생산성 17%·이직률 최대 59% 감소라는 수치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훌륭한 관리자는 직원의 '직장생활'보다 '온전한 삶'을 후원한다는 대목이다. AI 시대에도 조직의 마지막 차이는 기술보다 사람이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를 묻는 능력에서 갈린다. (갤럽·짐 하터·고현숙·박원섭·이혜숙·김광수 지음ㅣ청림출판)
땡큐 이코노미
게리 바이너척은 소셜미디어를 홍보 채널로 보지 않는다. 고객 한 사람이 겪은 불쾌감, 뒤늦게 받은 5달러 할인 쿠폰을 적용해 달라는 사소한 요구, 브랜드 페이스북에 남긴 짧은 반응까지 그는 모두 관계의 장면으로 읽는다. 『땡큐 이코노미』가 말하는 시장 변화는 기술보다 태도의 변화에 가깝다. 고객은 더 이상 광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브랜드의 평판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다. 온라인 와인 판매와 소셜미디어를 일찍 결합했던 저자의 이력은 이 주장을 추상적 마케팅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얻은 감각으로 만든다.
책은 팔로워 수를 늘리는 법보다 팔로워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묻는다. 리복 사례처럼 수만 명의 팔로워가 늘었다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다시 말을 걸 수 있는 관계가 됐는지다. 목차의 '의도, 질 대 양', '놀라움과 경외감', '크고 작은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라' 같은 항목들은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기업 문화가 고객 경험보다 먼저이고, 직원에 대한 태도가 브랜드의 말투가 된다는 사실이다. 다만 '진심'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마케팅 언어로 소비되는 시대에 이 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그래도 빠른 콘텐츠와 낮은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시장에서, 고객이 기억하는 것은 종종 제품보다 자신이 어떻게 대우받았는가였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게리 바이너척 지음ㅣ박선주 옮김ㅣ나비의활주로)
저출생 우생학 사회
저출생을 숫자로만 보면 질문은 늘 비슷해진다. 왜 안 낳는가, 얼마를 더 지원해야 하는가, 국가가 언제 소멸하는가. 이주희는 그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누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 책은 한국 사회가 소득, 주거, 돌봄 자원, 결혼 제도, 성차별을 통해 '정상 부모'의 기준을 계속 높여왔다고 본다. 출산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할 수 있는 사람과 선택할수록 위험해지는 사람을 가르는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조적 우생학'이라는 말은 강제 불임 같은 노골적 폭력 대신,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출산과 양육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사회를 겨냥한다.
가장 날카로운 대목은 저출생을 국가의 위기로만 말하는 익숙한 조급함을 의심한다는 데 있다. "이렇게 힘든 세상에서 아이가 태어나도 행복할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비관이 아니라 경쟁, 성차별, 돌봄의 개인화가 누적된 사회적 판단이다. 책은 소득 격차와 저출생, 성차별, 돌봄 책임의 편향, 가족주의를 따라가고, 뒤에서는 기본소득의 점진적 도입과 성평등 혁명, 결혼 중심 가족제도 너머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가난한 아이는 태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문장은 자극적이지만, 그만큼 한국 저출생 담론의 빈 곳을 찌른다. 문제는 아이가 적게 태어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어떤 삶은 태어나기도 전에 가능성의 목록에서 지워지는 사회가 됐다는 데 있다. (이주희 지음ㅣ은행나무)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야생동물은 멀리 있는 자연의 상징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길과 도시 가장자리에서 함께 살다 죽는 이웃에 가깝다. 포유류 생태 현장연구자 최태영은 30여 년의 탐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토끼, 너구리, 삵, 고라니, 늑대, 산양, 소쩍새 같은 동물들의 삶을 풀어낸다. 독도에 살았던 토끼, 88고속도로 위의 삵 '팔팔이', 설악산 산양과 케이블카 논란, DMZ 두루미, 로드킬 기록까지 동물의 이야기는 곧 한국 사회가 자연을 대해온 방식의 기록이 된다. 동물을 귀엽거나 불쌍한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역사와 지리, 개발과 보존의 갈등 속에 놓인 존재로 읽게 한다.
책의 방향은 중간부터 인간 쪽으로 더 깊이 꺾인다. 2부에서 저자는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렌즈로 식성, 불안, 본능, 리더십, 미투, 안전 감각, 행복의 조건까지 들여다본다. 자칫 무리한 인간 해석으로 흐를 수 있는 대목도 있지만, 현장 생태학자의 구체성이 글을 붙잡는다. 결국 이 책이 묻는 것은 동물이 얼마나 신비로운가가 아니다. 야생의 흔적을 아직 품은 인간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잊고, 무엇을 밀어내며 살아왔는가다. (최태영 지음ㅣ돌베개)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 생태적 파멸 또는 생태혁명
'인류세'라는 말은 인간 모두가 지구를 망쳤다는 식으로 자주 쓰인다. 존 벨라미 포스터는 그 표현의 무심함을 거부한다. 지난 200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를 끌어올리고, 아랄해를 말라붙게 하고, 대량 멸종을 부른 것은 인류 일반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축적 논리였다는 주장이다. '먼슬리 리뷰' 편집장이자 생태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인 저자는 마르크스의 '물질대사 균열'을 기후위기와 팬데믹, 생물다양성 붕괴의 문제로 확장한다. 한길그레이트북스 200권이라는 외형에 걸맞게, 이 책은 환경 문제를 생활 실천의 차원이 아니라 체제의 문제로 끌어올린다.
796쪽의 무게는 단순한 이론의 과잉이라기보다, 기후위기를 '실수'나 '부작용'으로 처리하려는 쉬운 해법에 대한 반격에 가깝다. 포스터에게 녹색 전환은 더 깨끗한 소비나 기술 개선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 도시가 농촌의 양분을 빨아들이고 되돌려주지 않는다는 마르크스의 오래된 통찰은, 오늘의 탄소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을 읽는 불편한 도구가 된다. 책은 결국 독자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압박한다. 생태적 파멸을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축적의 원리 자체를 바꿀 것인가. (존 벨라미 포스터 지음ㅣ박종일 옮김ㅣ한길사)
멸종 위기의 사고
생성형 AI는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판단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사고 영역 안쪽으로 들어왔다. 에릭 사댕은 이 변화를 효율과 혁신의 서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2025년 파리 그랑팔레에서 AI 정상회의가 열릴 때, 불과 300m 떨어진 콩코드 극장에서는 교사, 배우, 성우, 번역가, 기자들이 AI 확산 이후 교육과 예술, 노동과 창의력이 맞은 위기를 증언했다. 저자가 주도한 'AI 반정상회의'는 이 책의 출발 장면이자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챗GPT 이후 사람들이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면서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추적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1박에 3만 원, 이 가격 진짜예요?"…외국인 몰리...
목차의 언어는 세다. '타나톨로고스', '언어 자본주의', '노동의 완전 자동화', '탈인간성', 'AI 근본주의' 같은 표현은 기술비평이라기보다 문명 비판에 가깝다. 그래서 책은 때로 단정적이고, 기술의 가능성보다 위험을 더 크게 본다. 하지만 그 과격함이 전부 허공을 치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가 언어와 이미지, 교육과 노동을 바꾸는 속도에 비해, 우리가 무엇을 잃는지 묻는 공론장은 너무 빈약했다. 사댕의 경고는 AI를 쓰지 말자는 도덕론이 아니라, 인간 고유의 사고와 표현을 시장과 기계의 자동성에 넘길 것인지 묻는 항의문처럼 읽힌다. (에릭 사댕 지음ㅣ이선주 옮김ㅣ헤이북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