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개방 위해 유럽·아시아가 적극 나서야”-애틀랜틱 카운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며 이란이 지정하지 않은 항로로 운행하는 유조선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위해서는 유럽과 아시아, 걸프지역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만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해양안보 임무단에 오만 영해 안에서만 활동한다는 조건으로 호르무즈해협에 즉시 배치해달라고 요청해야 하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임무단이 호르무즈해협에 배치되면 이란은 완전히 다른 전략적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해양안보 임무단이 이란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이긴 하지만, 해운 차질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들이 해협 개방과 전쟁 종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29일(현지시간) ‘오만과 유럽이 어떻게 호르무즈 해협을 영구적으로 개방할 수 있을까(How Oman and Europe can open the Strait of Hormuz for good)’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8일 대면 회담을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향후 전쟁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협상에서 더 유연해질 만큼 아직 충분한 고통을 겪지 않았다는 판단에는 의견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정은 잘못됐다.
이란 지도부는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이란 국민과 국가의 안녕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보여줬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다시 거친 표현으로 위협한 것처럼 대규모 충돌을 재개하면, 이란을 합의로 끌어내기보다 오히려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공군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결과를 얻으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워싱턴과 테헤란 사이에 신뢰가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주도할 수 없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폐쇄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유럽과 아시아, 걸프 지역 국가들이 주도하는 절차를 물밑에서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앞으로 가능한 네 가지 경로
첫째이자 가장 가능성이 큰 경로는 ‘관리된 불안정’이다. 전면전이나 간헐적인 충돌이 수개월간 이어지고, 그 사이 임시 휴전과 양해각서가 이를 떠받치지만 적대행위를 영구적으로 끝내기 위한 진전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둘째는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중재를 통해 양측이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는 새롭고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해 충돌 재개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과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이견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가장 낮다.
셋째는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연안이나 하르그섬, 또는 두 곳 모두를 지상 침공하며 군사작전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다. 지상 침공은 미군 장병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극적으로 높이는 반면, 이란의 계산을 바꾸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명확한 출구가 없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군은 희미한 성과의 가능성이라도 나타나기까지 수개월, 어쩌면 수년 동안 적대적인 지상에 노출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선택지가 있다. 더 많은 국가의 개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네 가지 방안 가운데 가장 파격적이다. 그럼에도 세계 지도자들이 지지해야 할 방안은 바로 이것이다.
어느 나라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은 양안 국가의 영해와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국제수로다. 그럼에도 테헤란은 해협에 대해 더 광범위한 주권적 통제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란이 그런 주장을 펼 수 있다면 오만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는 이란이 해협을 일방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도록 오만의 이러한 지위를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걸프 지역 5개국의 지도자들이 중심이 돼 오만에 이란의 주장은 일방적일 수 없다고 선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들 지도자는 해협 폐쇄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들을 대표한다. 또한 전쟁 개시 전 미국과 의미 있는 협의를 거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어 오만을 설득할 정당성도 더 크다.
호르무즈해협의 또 다른 연안국인 오만은 테헤란이 자국의 권리를 주장하는 한 자신도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이런 조치는 오만의 역내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존하며, 오만 외교정책의 핵심도 지키는 일이다. 테헤란이 사실상 해협을 통제하게 되면 오만의 주권은 약화되고, 해상교역에 의존하는 오만 경제 전체가 테헤란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역내 및 국제분쟁의 중립적 중재자라는 오만의 지위도 훼손될 것이다.
둘째, 오만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해양안보 임무단에 오만 영해 안에서만 활동한다는 조건으로 호르무즈해협에 즉시 배치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오만이 임무단을 초청한다면 이는 이란 영해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해협에 접한 두 국가 가운데 한 나라의 초청을 받아 활동하는 것이 된다.
이란이 걸프 국가들을 반복적으로 겨냥해 공격하는 상황에서도 오만이 테헤란을 계속 옹호하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걸프 국가들은 오만을 회의적이거나 적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오만이 이러한 임무단을 받아들인다면 걸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을 시작할 수 있다.
여건은 갖춰져 있다
미국과 영국은 해협 재개방을 위한 회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럽의 많은 국가는 이미 이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개시 전 동맹 구축은 물론 유럽 측과의 조율조차 외면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워싱턴을 돕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임무단 참가국들은 오랫동안 해군 배치를 “여건이 허락할 때” 시작할 계획이었다. 이는 휴전이 항구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전에는 배치하지 않겠다는 외교적 표현이다. 3주 전 언론은 임무단이 조기에 출범할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적대행위가 계속되고 세계경제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런던과 파리는 미국과 관계없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즉시 임무를 시작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함정들이 배치되는 즉시 테헤란은 완전히 다른 전략적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오만의 요청에 따라 오만 영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군을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자국의 새로운 협상 지렛대를 약화하는 임무를 용인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란은 임무단의 의지를 시험하고 해협 밖으로 철수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란 지도부는 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임무단이 해협에 진입하는 데 분노할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과의 양자 충돌과 달리 유럽·아시아 국가 연합을 계속 공격하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국제적 반이란 연합의 결성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조치는 유럽 지도자들에게 위험한 선택이며 국민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막 취임한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자신의 지지층에 분명 인기가 없을 군사작전에 정치적 자산을 소모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이미 인기가 낮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내년에 임기를 마친다. 프랑스군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국정 운영 능력과 영향력을 더욱 약화할 가능성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익은 명백하다. 해운 차질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들이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서 벗어나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가장 앞장서 주장해온 것도 유럽 국가들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에너지와 방위기술에 투자할 자본을 보유한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길 원한다. 걸프협력회의(GCC) 지도자들도 유럽이 실제 위험과 부담을 떠안는다고 판단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다.
어느 국가도 호르무즈해협이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국제수로라는 법적 원칙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원칙은 현재의 현실정치와 병행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해협을 다시 열고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되는 해양 임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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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추가 공습만으로는 이란의 태도를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없다. 지속 가능한 휴전을 만들어내는 더 나은 길은 테헤란과 워싱턴이 아니라 오만과 유럽을 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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