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신용 우산' 쓴 K기업, 해외 직접조달 확대…지난해 외화채 발행 1조원 넘어
국내 기업들이 한국수출입은행의 보증을 발판으로 해외에서 발행한 외화채 규모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수은의 높은 대외 신인도를 채권에 더해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고 기업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은 관계자는 "자체 신용만으로 해외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은 조달금리는 물론 투자자 확보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수은의 보증이 붙은 채권은 신용도가 사실상 수은 수준으로 높아져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채권보증 1조1125억…올 상반기 5875억 공급
정부급 신용으로 조달비용 낮춰…기업 해외 직접조달 뒷받침
대출 대신 신용 보강…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기업 지원
국내 기업들이 한국수출입은행의 보증을 발판으로 해외에서 발행한 외화채 규모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해외 자본시장을 찾는 국내 기업들이 수은의 높은 대외 신인도를 활용해 고금리·고환율 국면에서도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수은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을 뒷받침하는 '신용 우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수은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보증 실적은 1조11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5875억원 규모의 채권보증이 공급됐다. 채권보증 실적은 2021년 1194억원에서 2022년 7349억원, 2023년 1조25억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에는 3237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1조원을 넘어서며 큰 폭으로 늘었다.
채권보증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해당 채권의 원금과 이자 상환을 보증하는 제도다. 수은의 높은 대외 신인도를 채권에 더해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고 기업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은 관계자는 "자체 신용만으로 해외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은 조달금리는 물론 투자자 확보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수은의 보증이 붙은 채권은 신용도가 사실상 수은 수준으로 높아져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은의 보증이 힘을 발휘하는 배경에는 한국 정부와 사실상 같은 수준의 국제 신용도가 있다. 수은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외화채를 발행하고 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해 초 수은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Aa2(안정적)' 등급을 부여했고, 글로벌 연기금과 중앙은행 등 대형 기관들도 수은 외화채의 주요 투자자층을 이루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체 글로벌 신용등급이 없어 수은의 채권보증을 활용하는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수은의 채권보증을 기반으로 일본 시장에서 200억엔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고유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수은의 신용 보강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수은이 지급보증한 대한항공의 스위스프랑 표시 채권에 수은과 동일한 'A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수은의 높은 대외 신인도는 자체 외화채 발행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수은은 2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를 역대 최저 수준의 가산금리로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21bp(1bp=0.01%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현재 5년물 금리(4.403%)를 기준으로 하면 조달금리는 약 4.6%로 추산된다.
은행 대출시장이 위축될 때 기업의 유동성 공백을 보완하는 기능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금융회사의 대출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기업은 수은의 보증을 토대로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채권보증은 수은 입장에서도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과 달리 보증 시점에는 현금 지출이 발생하지 않아 같은 정책금융 여력을 활용해 더 많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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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와 환율 변동성 확대로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은의 채권보증은 해외 자금조달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책금융 수단"이라며 "직접 대출을 넘어 신용지원으로 정책금융의 외연을 넓히고, 한정된 재원으로 더 많은 기업을 지원할 수 있어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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