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난맥상]④日은 '에그 쇼크', 美 담합 의혹…글로벌 덮친 '금란'
국가마다 다른 계란 유통 구조·가격 결정 체계
대형 농협 중심의 일본…미국은 기업농이 주도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복잡한 계란의 유통 구조와 쉴새 없이 오르내리는 가격 변화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유통기한이 짧고, 매일 생산되며, 품질을 정량화하기 어려운 계란의 특성상 관습적으로 자리 잡은 유통 구조와 가격 기준 등이 국가마다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계란 소비량 최상위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올해 초 계란 가격이 폭등해 골머리를 앓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중동 사태에 따른 사료비 등이 급등하면서 계란 기준가격(도쿄 M사이즈)이 1㎏당 300엔(약 2700원) 선을 지속해서 넘었기 때문이다.
日, '물가 우등생' 계란價 폭등에 골머리…최대 농협이 고시 가격 발표
일본에서 계란은 그동안 '물가의 우등생'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생필품으로 평가받았다. 1970년대부터 약 50년가량 기준가격이 200엔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말 계란 가격이 폭등하는 '에그쇼크'가 터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350엔을 넘어서며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일본 내 계란은 대부분 최대 농협인 JA전농과 유통상인을 통해 계란 선별·포장(GP·Grading & Packing)센터를 거쳐 유통되고 있다. GP센터에서 난각 세척, 살균, 건조, 투광검사, 등급판정 등이 이뤄진다. 계란 가격은 JA전농이 매일 아침 대도시 기준 계란 시세를 책정해 발표한다. 직접 운영하는 대형 GP센터에서 전날 거래된 실적을 데이터화해 가격을 산정한다. 전체 출하 물량 중 JA전농을 통해 거래되는 비중은 20% 수준이지만, 일본 정부가 JA전농 발표 가격을 바탕으로 계란 생산자 가격 안정을 위한 사업인 '계란의 가격 차 보전사업'의 표준거래가격에 적용해 사실상 정부도 인증한 공식 계란 가격 지표가 됐다.
전국 곳곳의 GP센터에서 계란이 거래되고 정산도 즉시 이뤄지는 데다, 가격 지표도 JA전농 중심으로 구축되다 보니 계란 유통이 비교적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JA전농을 필두로 오랜 기간 계란 가격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보니 중소 농가가 생산비 상승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대형 농가 위주로 생산 구조가 형성돼 AI 등 갑작스러운 변수가 터졌을 때 유연하게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2023년 에그쇼크 당시 소비는 줄었으나 생산을 확대하며 수급 균형이 무너진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계란 농가에서 생산 확대에 신중해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형 기업농 중심의 美…'관행' 민간 지표, 담합 의혹에 흔들
미국도 최근 수년간 계란 가격 상승이 이슈가 된 국가 중 하나다. 미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내 A등급 대형 계란 한 판(12개) 평균 가격은 2022년 2월 2달러(약 3000원) 선을 넘어선 뒤 지난해 3월 6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올랐다가 이후 급락해 지난 6월 현재 2달러 선으로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선거 유세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높은 물가 수준을 지적하면서 대표적으로 계란 가격을 언급할 정도였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과 달리 GP센터 등이 아닌 대형 계란 생산 업체들이 생산, 포장, 유통, 가공 등을 도맡아 한다. 상위 소수 기업이 미국에서 거래되는 상당량의 계란을 생산하며, 도매시장 거래보다는 직접 월마트 등 유통사와 거래한다. 유통되는 계란 중 10%에 해당하는 소량의 현물이 거래되는 도매 거래소는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대형 계란 생산 업체가 유통사로 납품한다. 대규모 기업농 위주로 계란이 생산, 유통되면서 국내보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계란 가격은 민간 지수인 '어너배리' 지수를 통용해 결정한다. 어너배리 지수는 미국 내 도매업자, 생산자, 유통업자 등의 거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발표하는 민간 계란 고시 가격 지수다. 19세기 항구에서 배포되던 농산물 시세 소식지가 유통 과정에서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미 농무부에서 발표하는 계란 거래 실적 데이터도 따로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주로 어너배리 지수를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이 가격 시세가 문제로 떠올랐다. 칼메인푸즈, 버소바, 힉먼스 등 미국 계란 3대 생산 업체가 담합해 어너배리 지수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한 의혹으로 정부와 법적 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란 가격이 급등한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세 업체 고위 임원진이 서로 소통해 허위 또는 과잉 입찰 등을 통해 어너배리 시세 형성에 영향을 주고 기업 이득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AI 여파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시장이 일상적인 수요·공급 신호에 반응해 계란 가격이 하락하려던 순간에 계란 생산 업체 경영진이 이를 막아서기 위해 개입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맷 레빈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이번 사건을 두고 글로벌 금융 거래의 기준이 되는 리보 금리에 빗대 "'계란 리보(Egg Libor)'가 조작됐다"며 "어너배리 시세를 움직일 수 있다면 미국 내 모든 계란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獨, 정부 인가 포장센터 중심 유통…EU, 매주 회원국 보고서 발행
유럽연합(EU)은 친환경·복지 계란 관련 제도를 빠르게 도입한 지역이다. EU 내 최대 계란 소비국인 독일은 GP센터와 같은 기능을 하는 '포장센터(Packstelle)'로 계란을 전역에 유통한다. 포장센터는 ▲상업·대형 포장센터 ▲수집상 포장센터 ▲농가 포장센터 등으로 구분하며, 모두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들이 직접 대형 할인마트 등 유통 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으며, 현재 유통 시스템 전체가 표준화한 친환경·복지 계란 중심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에서 계란 가격은 생산주체와 소비주체간 협상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다만 계란과 가금류 시세와 수급 통계를 수집, 분석, 공시하는 시장 조사 기관인 MEG가 주·월 단위로 내놓는 지표를 적극 참고한다. MEG는 독일 연방농업식품청(BLE)을 비롯해 학술 연구기관과 협력해 타 국가의 민간 지표와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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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EU는 27개국 회원국 계란 가격을 주 단위로 집계해 'EU 계란 시장 보고서'를 발행, 공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도 계란 가격은 2024년 8월 100㎏ 당 200유로(약 33만원) 선을 밑돌았으나 지난 4월 300유로 직전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AI 여파가 가장 큰 원인이었으나, 산란계(달걀을 생산하는 닭) 사육밀도 기준 강화로 동유럽을 중심으로 시설 전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계란 부족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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