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어 칠레 도착…카스트 대통령과 정상회담
디지털 무역·AI·탄소 중립 등 새 현실 반영한 FTA 현대화 추진
광물자원 파트너십 MOU 체결…첨단 제조업 기반 결합 구상
이재명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남미 순방의 두 번째 방문국인 칠레에 도착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1년 만의 칠레 방문이다. 이 대통령은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처음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디지털·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현대화하고, 칠레의 리튬·구리와 한국의 첨단 제조업을 연결하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도 나선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태운 공군 1호기는 이날 오후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동포 간담회를 시작으로 1박 2일간의 공식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30일에는 칠레의 독립 영웅 베르나르도 오이긴스 동상에 헌화한 뒤 대통령궁에서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다. 이어 카스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해각서(MOU) 서명식과 공식 오찬을 갖는다. 마지막 일정으로 양국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소화한 뒤 아르헨티나로 이동한다.
"FTA, 새로운 경제 현실 반영해 진화해야"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의 현대화다. 한·칠레 FTA는 한국이 체결한 최초의 FTA이자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 사이에 체결된 첫 FTA다. 두 나라의 교역 확대를 이끈 제도적 기반이지만, 디지털 무역·인공지능(AI), 탄소중립, 공급망 안보 등 현재의 통상 현안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언론 '인포바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칠레 방문을 앞두고 공개된 EFE통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오늘날 경제는 디지털 무역과 AI, 청정기술, 회복력 있는 공급망, 탄소중립 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한·칠레 FTA가 이러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FTA 자유무역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고 협정 현대화 논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협상 대상도 기존의 관세와 상품시장 개방을 넘어 디지털 경제, 환경, 노동 기준, 성평등, 지식재산권과 신산업 협력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과 카스트 대통령이 정상 차원의 추진 의지를 확인할 경우 장기간 정체됐던 협상에 다시 동력이 붙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올해 3월 취임한 카스트 대통령의 집권에도 협력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확신을 갖는 이유는 한-칠레 관계가 어느 한 국가에 의존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1962년 수교 이후 한국과 칠레는 상호 신뢰와 공동의 가치, 그리고 60여 년에 걸쳐 공고히 다져진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우정을 쌓아왔다"라고 밝혔다.
리튬·구리와 한국 제조업 결합…'광물 동맹' 추진
FTA 현대화와 함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다. 양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광물 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칠레가 보유한 리튬·구리 자원과 한국의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기반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구리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전기차에 폭넓게 사용되고 리튬은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원료다. 미·중 경쟁과 자원 민족주의로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칠레와의 협력은 한국 기업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의미가 있다. 단순히 광물을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개발과 정·제련, 소재·부품, 첨단 제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칠레를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89%를 차지하는 경제권과 자유무역 네트워크로 연결된 글로벌 통상 허브이자 세계적인 구리·리튬 생산국"이라고 평가하면서 "핵심광물을 포함한 자원·에너지 공급망 전반의 협력 기반을 다지고 교역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에서는 인프라와 방위산업, 치안, 공공안전, 해양안전, 문화 등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의 협력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양국은 고위급 교류와 정부 간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재가동하고, 2028년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의 성공을 위해서도 협력할 방침이다.
칠레 방문 마지막 일정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는 양국 기업 약 30개사가 참석한다. 기업인들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과 투자 확대를 비롯해 AI·디지털 기술, 친환경에너지, 바이오, K-소비재 등 미래 성장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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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엑스(X·옛 트위터)에 카스트 대통령과의 개인적 공통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법조인 출신인 카스트 대통령과 처음 만나게 된다"며 "여러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한다고 들었는데, 저 역시 반려동물 가족이다 보니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강아지들의 이름을 모두 어떻게 기억하는지 슬쩍 여쭤보고 싶다"고 적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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