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래관광객 21% 증가했지만
면세점 상반기 매출은 1.8% 느는데 그쳐
개별관광객 확산·고환율에 객단가 3.2% 감소
업계 "면세 한도·특허수수료 손질"
전문가 "상품 경쟁력도 높여야"

국내 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방한 외래관광객이 20% 넘게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유여행(FIT) 확산으로 관광객들의 소비 동선이 바뀌고, 고환율로 가격 경쟁력까지 약해진 탓이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6조47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3623억원)보다 1.8% 증가했다. 2024년 상반기(7조3969억원)와 비교하면 12.5% 감소한 수준이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 전경.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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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은 증가, 매출은 '지지부진'

같은 기간 한국관광공사 집계 기준 방한 외래관광객은 1070만9919명으로 지난해(882만5967명)보다 21.3% 증가했다. 반면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4조9968억원으로 1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1인당 구매액(객단가)도 75만1900원으로 지난해보다 3.2% 감소했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1인당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내국인 수요는 더 위축됐다. 상반기 내국인 매출은 1조478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 감소했고 구매 인원도 841만명으로 11.5% 줄었다. 이 기간 내국인 출국자수는 1496만여명으로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했지만, 면세점 매출은 역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원화 기준 매출 증가도 고환율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면세점은 대부분 상품을 달러 기준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같은 상품을 팔아도 원화 기준 매출은 늘어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7% 감소했다"며 "원화 기준 매출만 보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비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9년 24조8586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5조5052억원으로 급감했고, 관광객이 돌아온 이후에도 2023년 13조7586억원, 지난해 14조2249억원에 머물렀다. 업계는 올해 연간 매출도 13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몰려왔는데…면세점 매출은 '제자리' 원본보기 아이콘

단체관광 사라지고 성수동으로 발길

업계는 관광객의 소비 방식이 달라진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국내 면세점은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에는 여행 일정에 시내면세점 방문이 포함돼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뤄졌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자유여행객이 주류가 되면서 관광객들은 여행사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성수동 편집숍 등 원하는 매장을 직접 찾는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면세점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면제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왔지만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달러로 가격이 책정되는 면세품의 원화 부담도 커졌다. 일부 명품은 백화점 할인 행사 등을 적용하면 면세점보다 저렴하다는 인식까지 확산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으로 항공권 유류할증료 부담까지 커지면서 여행객들의 쇼핑 지출도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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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수수료 이익 중심으로 책정해야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관세청은 지난 1일부터 '보세판매장 특허 및 운영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시행해 외국인 관광객이 국산 화장품과 식품을 공항 인도장을 거치지 않고 시내 면세점에서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내국인이 구매한 800달러 이하 면세품도 동일 모델의 색상이나 크기를 바꾸는 경우 귀국 후 택배나 우편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한 정부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해주고 있다. 전국 면세점은 관세법에 따라 연간 매출 규모에 따라 산정되는 특허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수준의 제도 개선만으로는 침체한 면세산업을 되살리기에 부족하다고 본다. 업계는 현재 800달러인 여행자 면세 한도를 상향하고,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특허수수료도 실제 수익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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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 지원과 함께 업계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라공우 제주대 교수는 "과거에는 중국 단체관광객과 송객수수료 중심의 영업 구조가 면세점 성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자유여행객이 늘면서 소비 패턴 자체가 달라졌다"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올리브영이나 대형마트에서 간단한 선물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면세점의 흡인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특허수수료 50% 감면은 업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중저가 브랜드 확대와 상품 차별화 같은 업계 스스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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