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메르코수르 협상 연내 재개 추진
핵심광물 채굴 넘어 현지 가공·공급망 구축
룰라와 '소년공 출신' 공감대 부각
브라질 금속노조 방문, 정상 간 신뢰 부각
칠레와 FTA 현대화…구리·리튬 공급망 협력 논의
이재명 대통령 2박 3일 브라질 국빈 방문을 통해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상(TA) 재개, 희토류 등 핵심광물·방산·항공우주, 친환경 에너지를 아우르는 경제안보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협력을 전담할 고위급 직통라인을 즉각 가동하는 한편 양국 진출 기업의 애로를 직접 해결하는 공동 플랫폼도 만들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 일정을 마치고 29일(현지시간)부터 남미 순방 두 번째 국가인 칠레에서 공식 방문 일정을 이어간다.
이번 브라질 방문의 핵심 성과는 남미 국가로 공급망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하는 협력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올해를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면서 경제·통상위원회를 가동하고, 한국과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양자 실무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12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재개를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브라질을 한국 기업의 남미 진출 거점으로 활용할 통상 기반을 다진 셈이다. 유럽연합과 메르코수르의 무역협정이 잠정 발효되고, 일본도 경제동반자협정 협상에 뛰어든 상황에서 한국 역시 협상 재개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제라우두 아우키민 브라질 부통령이 후속 협력의 양국 책임자로 지정된 배경도 이 때문이다.
경제안보 측면에서는 핵심전략광물 공동성명이 눈에 띈다. 양국은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단순히 채굴해 한국에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라질 현지에서 정·제련과 부품·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브라질의 자원 주권과 산업정책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한국의 기술과 투자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의 협력도 주목할 부분이다. 브라질 도착 직후 이 대통령이 한국 공군에 도입될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C-390 수송기를 시찰한 것도 방산 제품 구매를 군·민간 항공산업 협력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현대자동차는 그린수소·수소트럭·소형모듈원전(SMR) 분야의 기술 협력을 제안했고, 포스코는 철광석 중심의 협력을 희토류와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엠브라에르는 민항기·항공우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계 자원기업 메테오릭 리소시스와 희토류 공급망 협력에 합의했다. 이렇게 체결된 MOU는 모두 7건에 이른다.
'소년공 출신' 두 정상…140분 회담 뒤 손가락 하트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2026.7.28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경제 성과 못지않게 이목을 끈 것은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의 각별한 유대였다. 두 정상은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의 국빈 방한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룰라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인 아우보라다궁에서 이 대통령을 직접 맞아 포옹했고, 당초 예정보다 길어진 약 140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에는 나란히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두 정상은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성장해 소년공으로 일했고, 우여곡절을 거쳐 국가 지도자가 됐다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두 사람 모두 굉장히 어렵게 자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과 학생,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성을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출발점인 상파울루 ABC 금속노조 본부 깜짝 방문했다. 룰라 대통령이 군사정권 시절 노조위원장으로 일했던 집무실을 둘러본 이 대통령은 자신도 어린 시절 공장에서 시계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브라질이나 대한민국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적었다.
두 정상의 각별한 관계는 브라질 측의 의전에서도 확인됐다. 두 정상은 대통령의 관저인 '아우보라다(Alvorada) 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정상 일정에 돌입했다. 룰라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인 '플라나우투(Planalto) 궁'이 아닌 관저에서 일정이 진행된 것은 양 정상의 친분을 고려한 의전이라는 평가다. 브라질 외교의 상징인 이타마라치궁에서 이 대통령 부부를 위해 준비한 문화공연에서는 브라질 음악과 함께 한국 가요 '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칠레서 '1호 FTA' 현대화…구리·리튬 공급망 논의
칠레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칠레 산티아고에서 동포 만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공식 방문 일정에 들어간다. 30일에는 칠레의 독립 영웅 베르나르도 오히긴스 동상에 헌화한 뒤 대통령궁인 모네다궁에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공식 환영식과 양해각서 서명식, 공동언론발표, 공식 오찬에 이어 한·칠레 BRT에도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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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38년 만에 처음"…美 공항서 벌어지는 실...
칠레 방문의 핵심 의제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와 핵심광물 공급망이다. 칠레는 한국이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다. 2004년 협정 발효 이후 20년 이상 지난 만큼 디지털 통상과 공급망, 신산업 등 변화한 경제 환경을 반영하는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세계적인 구리·리튬 보유국인 칠레와의 협력은 브라질에서 시작한 자원 외교를 남미 서부로 확장한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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