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칠레 FTA, 새로운 현실 반영하도록 진화해야"…리튬·구리 공급망 동맹 추진
카스트 칠레 대통령과 정상회담 앞두고 외신 인터뷰
AI·디지털무역·청정기술·노동·성평등까지 통상 규범 확대
광물 개발·가공부터 첨단 제조까지 '핵심광물 가치사슬' 구축
칠레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발효 22년을 맞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무역, 청정기술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통상협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칠레의 리튬·구리 자원과 한국의 첨단 제조 역량을 결합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한국의 '1호 FTA'로 출발한 양국 경제관계를 단순한 상품 교역에서 산업·기술 동맹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9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2026.7.30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 '인포바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칠레 방문에 앞서 공개된 EFE 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오늘날 경제는 디지털 무역과 AI, 청정기술, 회복력 있는 공급망, 탄소중립 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한·칠레 FTA가 이러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미 순방 두 번째 방문국인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했으며, 30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 대통령은 FTA 현대화를 이번 칠레 방문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양국이 FTA 자유무역위원회를 재개하고 협정 현대화 논의를 진전시키며, 회복력 있는 공급망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경제 파트너십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 현대화가 관세와 상품시장 개방 범위를 조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무역 규범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혁신을 지원하며 신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노동 기준과 성평등 등 새로운 통상 규범도 협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칠레 FTA는 2004년 4월 발효된 한국 최초의 FTA이자 동아시아와 중남미 국가 사이에 체결된 첫 FTA다. 양국은 2018년 협정 현대화를 위한 협상 틀을 마련한 뒤 시장 접근과 환경, 노동, 성평등, 지식재산권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2024년 4월까지 모두 9차례 공식 협상이 열렸지만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약 6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장기간 답보 상태였던 협상에 동력이 다시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브리엘 보리치 당시 칠레 대통령과 만나 FTA 개선 협상에서 상호 호혜적인 방안을 찾기로 했다. 지난 3월 카스트 정부가 출범하며 칠레의 정권이 교체됐지만 협력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한·칠레 관계는 어느 한 정부에 의존한 적이 없다"며 "1962년 수교 이후 양국은 상호 신뢰와 공동의 가치, 60여년에 걸쳐 공고하게 다져온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우정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칠레는 1949년 남미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한 국가이기도 하다.
양국 경제협력의 또 다른 축은 핵심광물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광물 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목표는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며 "칠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과 구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안정적인 수요와 첨단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광물을 사고파는 수준을 넘어 개발과 정·제련, 소재·부품 생산, 첨단 제조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구리는 전력망과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리튬은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원료다. 칠레산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도입은 한국의 반도체·배터리·전기차 산업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광물 개발 및 가공에서 첨단 제조에 이르기까지 경쟁력 있는 가치사슬을 형성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와 방위산업, 공공안전, 해양안전 등 양국의 상호 보완성이 큰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해양 분야에서는 2028년 양국이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의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과 칠레가 태평양을 사이에 둔 통상 파트너를 넘어 공급망과 안보, 기후·해양 의제를 함께 다루는 전략적 협력국으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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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한국과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실무그룹 구성에 합의한 데 이어 칠레에서는 FTA 현대화와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남미의 자원과 시장, 한국의 제조업·첨단기술을 결합해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분절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제협력 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칠레 일정을 마친 뒤 아르헨티나로 이동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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