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8개 법인 7377가구 공급
임대료 상한선, 물가지수 연동해 제한
임대료 증액, 연 1~2% 인상 그쳐
1년 내 임대료 증액 제한에 사업성 저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 인상 폭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정책 토론회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거론했지만 관련 업계가 임대료 인상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민간기업 참여 유인이 적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30일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기업형 임대 법인 8곳이 서울에 공급한 기업형 임대주택은 7377가구로 집계됐다. 기업형 임대는 개인이 아닌 건설사나 리츠 등 민간사업자가 최대 10년 이상 장기 임대할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거시설이다. 현재 SK디앤디, 엠지알브이(MGRV), 홈즈, KT에스테이트 등의 법인들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기업형 임대 키운다지만…'임대료 물가연동 규제'에 사업성 발목
AD
원본보기 아이콘

기업형 임대주택은 준공 이후 초기 월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의 원룸 (전용 33㎡ 이하)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각각 102만원, 68만원이다. 반면 SK디앤디가 임대 중인 에피소드 강남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임대료가 월 150만원~500만원 선에 형성돼있다. MGRV가 운영하는 맹그로브 신촌은 연 임대료가 월 70만~120만원대에 책정됐다.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차비용이 비싼 이유는 임대료 인상 폭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100가구 이상 민간임대주택단지는 연 5% 범위에서 주거비물가지수 변동률을 초과해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 종전 계약의 임대 개시일이 속한 달부터 신규·갱신 계약이 시작되는 달까지의 물가변동률만큼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1~2% 수준에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향후 임대료를 충분히 올리기 어려운 구조 탓에 법인들은 준공 후 입주 초기시점에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한 기업형 임대법인이 서울 신촌에서 운영 중인 임대주택은 최근 3년간 종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2.3% 올리는데 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서북권 오피스텔 월세는 전 분기 대비 1.33% 상승했다. 오피스텔 월세 분기 상승률이 법인 임대주택 3년간 임대료 인상 폭의 절반을 웃돈 것이다. 해당 법인 관계자는 "임대료는 기껏해야 2%까지 인상할 수 있다"며 "상한선인 5%까지 임대료를 올리는 사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물가 변동 폭을 뛰어넘는 임대료 인상이 불가능한 탓에 시간이 지나면 인근 시세에 비해 임대료가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로 준공 10년 차를 맞이한 KT에스테이트 리마크빌영등포는 7.2~8.2평(전용 23~27㎡)의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 기준 70만원~80만원 중반대로 책정됐다. 인근의 오피스텔 전용 24㎡ 매물의 임대료가 보증금 2000만원에 120만원 대인 것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기업형 임대업계 관계자는 "실제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계약을 갱신해도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사실상 임대료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임대료를 증액한 뒤 1년이 지나기 전에는 다시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는 점도 사업의 걸림돌로 꼽힌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2년 단위로 계약하는 아파트와 달리 몇 개월 단위의 단기 임차 비중이 높다. 임차 기간이 끝난 뒤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맺더라도 임대료를 곧바로 올려받을 수 없다. 단기 임대차계약이 반복될수록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는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AD

기업형 임대 키운다지만…'임대료 물가연동 규제'에 사업성 발목 원본보기 아이콘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지원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00가구 이상을 보유한 민간임대사업자들이 물가지수에 (인상 상한선이) 걸려 임대료를 더 올리지 못하는 것에 많은 건의 사항이 있었다"며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