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여 병원 10곳→30곳…인프라 확장
셀비온·퓨쳐켐, 플루빅토와 정면 경쟁 앞둬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국내 방사성의약품(RPT) 치료 인프라에 1400억원을 투입기로 하면서 국산 RPT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병원이 3배로 늘어나지만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노바티스 '플루빅토'가 그 병원들에서 먼저 쓰이기 때문이다.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병원계에 따르면 국내 RPT 산업은 시장이 만들어지는 속도와 국산 신약이 나오는 속도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엇박자'의 구조에 놓이게 됐다. 보건복지부와 노바티스가 지난 21일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 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주요 배경이다. 노바티스는 국내 제조시설과 의약품 콜드체인 물류망 구축, 투여 병원 확대, 연구인력 양성에 14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노바티스 1400억 투자에 마음 급해진 K-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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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T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몇 가지 방식이 있는데, 암세포 표면 단백질에 달라붙는 '리간드'에 동위원소를 붙여 표적만 때리는 게 RLT다. 여기에 쓰이는 동위원소는 방출하는 방사선에 따라 베타핵종과 알파핵종으로 나뉜다. 플루빅토와 국산 후보물질이 모두 쓰는 루테튬-177(Lu-177)은 베타핵종으로, 반감기가 6.6일이어서 만든 뒤 곧바로 투여해야 하고 방사선 차폐 병실과 핵의학 전문 인력을 갖춘 병원에서만 쓸 수 있다. 국산 신약이 허가를 받아도 지금은 팔 곳이 10곳뿐인데 이번 협약으로 그 자리가 30곳으로 늘어난다.

국내 기업들의 고민은 이처럼 확대되는 사용처를 노바티스가 먼저 채운다는 점이다. 셀비온과 퓨쳐켐이 개발 중인 치료제는 플루빅토와 작동 방식이 같다. 겨냥하는 암세포 단백질도, 쓰는 방사성 동위원소도, 치료 대상 암도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동일하다. 셀비온은 지난해 12월 '177Lu-포큐보타이드'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퓨쳐켐의 'FC705'는 국내 임상 3상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들이 플루빅토를 먼저 쓰기 시작하면 우리 기업들은 뒤늦게 처방을 설득해야 하는 후발주자가 된다.


가격 경쟁력을 좌우할 급여에서도 노바티스가 앞설 전망이다. 6회 기준 약 2억원인 플루빅토는 비급여지만 건강보험 등재를 추진 중이다. 급여를 받으면 암환자 산정특례가 적용돼 본인부담률이 5%로 낮아진다. 반면 국산은 임상 2상 결과만으로 허가받는 조건부 허가를 노리는 만큼 경제성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다. 먼저 출시하고도 급여는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다.

"승부처는 '알파핵종'…인프라 확대는 기회"


이런 흐름은 국내 기업들이 다음 세대 기술인 '알파핵종'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알파선은 베타선보다 암세포를 죽이는 힘이 센 반면 도달 거리는 세포 몇 개 수준에 그친다.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알파핵종 치료제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임상 초기 단계여서 국내 기업도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할 여지가 남아 있다.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알파핵종 치료제 개발에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셀비온은 지난해 알파핵종의 하나인 악티늄-225(Ac-225) 기반 전립선암 치료제 비임상 과제로 국가신약개발사업에 선정됐다. 퓨쳐켐도 Ac-225 물질 특허를 확보해 임상 1상을 준비 중이고 SK바이오팜은 Ac-225 치료제 'SKL35501'로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이들을 포함한 4개사와 '알파신약 연구협의체'를 꾸리고 Ac-225 국내 생산 허가까지 받아 원료를 국내에서 조달할 길도 열었다.


노바티스가 구축하는 병원 인프라는 향후 국산 알파핵종 치료제에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방사선 차폐 병실과 핵의학 전문인력은 사용하는 동위원소 종류와 관계없이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한 바이오텍 임원은 "RPT 경쟁의 승부는 결국 알파핵종에서 갈린다"며 "지금 구축되는 병원과 인력은 동위원소 종류를 가리지 않는 만큼 국내 기업도 차세대 치료제를 준비할 시간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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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 진단을 통해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선별한 뒤, 해당 암세포를 표적하는 방사성의약품으로 치료하는 '테라노스틱스'가 정밀의료 흐름과 맞물리면서 말기 환자뿐 아니라 초기 치료 단계와 다양한 암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하승균 서울성모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충분한 임상 근거와 다학제 진료 체계가 함께 발전할 때 테라노스틱스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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