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너뜨린 건 기술 아니라 물량 폭격"…반도체판에 닥친 중국발 공포[테크토크]
中 반도체 굴기 약진에 기존 업체 흔들
저가 공세로 레거시 반도체 평정 성공
기존 시장 지배력 약해질까 우려 커져
중국에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국산화했다는 보도로 인해 최근 미국, 아시아 반도체 기업 주가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사 ASML 주가는 장중 6% 이상 폭락하기도 했지요. 중국 기업의 반도체 기술은 아직 서구 수준에 근접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지만, 문제는 '반도체 굴기' 특유의 과잉 생산입니다. 이미 중국이 진입한 레거시 반도체(Legacy semiconductor) 시장은 중국제 칩으로 포화하면서 가격이 폭락한 바 있습니다.
中 DUV에 기존 반도체 강자들 '흔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 등에 따르면, 익명의 중국 국유 기업은 액침식 DUV 노광장비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액침식 DUV는 일반 DUV보다 진보한 노광장비로, 약 7나노미터(㎚)의 미세 공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액침식 DUV 노광장비 생산량은 연간 5대, 내년엔 20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중국의 수요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수입니다. 그러나 한국, 대만,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중국, 기술력은 낮지만 저가 공세에 특화
노광장비는 반도체 기판 표면에 ㎚ 굵기의 회로도를 빛으로 새기는 작업입니다. 반도체 생산에서 가장 까다로운 공정 중 하나로 꼽히며, 수십년간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한 장비인 탓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걸림돌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국산화한 액침식 DUV도 ASML제 첨단 장비와 비교하면 성능이 낮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중국이 10㎚ 미만의 '선단 반도체' 공정에 진입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반도체 업계에는 경계해야 할 사항입니다. 중국 특유의 저가 경쟁, 과잉 생산이 재현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은 레거시 반도체 영역에서 이같은 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바 있습니다.
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中이 평정한 레거시 반도체 시장
흔히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을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10㎚ 이하는 선단 반도체, 28㎚ 이상은 레거시 반도체, 혹은 성숙 반도체라고 불리지요. 10㎚ 이하 반도체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TSMC, 삼성전자 파운드리 등이 주력으로 생산합니다. 스마트폰, 전기차, 인공지능(AI) 칩 등에 적용되는 최첨단 기술입니다.
28㎚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는 용도가 다릅니다. 이런 공정은 주로 산업용 로봇, 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주문형 반도체(ASIC)입니다. 성능은 낮지만, 대신 단가가 저렴하고 전력 효율성이 뛰어나 공장이나 기계 등에 투입하기에 적합합니다.
시장 조사 기관 '로디움 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15%에서 33%로 두 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 확장 뒤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이 있었지요. 한편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TSMC 등 기존 레거시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철폐하고 더욱 선단 반도체 경쟁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중국 레거시 반도체 생산단지는 지금도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에 여념이 없습니다. 레거시 반도체는 매우 저렴한 컴퓨터 칩이지만, 산업계 전반의 중요성은 오히려 선단 반도체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누리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자체 조사에선 미국 기업의 3분의 2가 중국 위탁생산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컴퓨터 칩을 사용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도 中 약진에 우려
중국 반도체의 약진은 기존 과점 시장을 형성하던 다른 기업들의 가격 지배력을 떨어뜨리고, 회사의 마진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셈이지요. 이런 걱정은 중국의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기업 공개(IPO) 당시에도 전 세계로 퍼진 바 있습니다. CXMT는 지난달 27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당일 400% 이상 급등했는데, 곧 중국 본토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랐고, 미국의 인텔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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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각각 13%, 14% 주가가 폭락했고, 코스피·코스닥 지수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CXMT는 2023년부터 2028년까지 D램 생산 능력을 웨이퍼 월 38만8000장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8%에서 2028년 약 23%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삼전·닉스·마이크론 등 3사가 형성하던 메모리 과점 시장 구도를 중국 기업이 깨트릴 가능성이 생겼다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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