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누구냐, 사퇴하라" 레버리지 질타에 고개숙인 금융당국(종합)
국회 정무위 금융당국 업무보고
"필요시 추가 예탁금 상향, 레버리지 배수 조정 검토"
여야, "정책 실패" 한 목소리...사퇴·국정조사 요구도
"이 기형적인 상품은 누가 기획하고 만든 거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발 인재다."
국회에서 증시 변동성 확대 논란에 휩싸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두고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이 쏟아졌다. 레버리지 배수 조정을 비롯한 추가 대책 마련은 물론,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야당은 청와대의 증시 부양 압력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를 실으며 국정조사 실시도 촉구했다.
이억원·이찬진 "송구하다…책임 무겁게 받아들여"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폭락 사태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발(發) 인재라는 진단에 동의하느냐'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결과론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부분에 매우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국민들 앞에서 최근 주가 폭락에 대해 사과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도 "금융시장의 최종책임자로서 국민들에게 신뢰 이런 측면에서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부분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 숙였다.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책임이 막중함을 깨닫고 있다"며 "일정부분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며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는 제22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후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분야 피감기관들로부터 받는 첫 번째 업무보고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5400선까지 밀리고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대부분의 의원 질의가 최근 증시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자본시장 관련 내용에 쏠렸다.
첫 질의는 최근 확인된 시장 변동성에서 레버리지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정도냐였다. 이 위원장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집중도 등을 언급했다. 또한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리밸런싱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며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스피 급락의 배경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영향이 상당 부분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커진 이유를 레버리지 ETF로만 돌려선 안 된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에 박대출 의원은 "'변동성 확대 원인을 레버리지 ETF 하나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금융당국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이유로는 레버리지 ETF 출시 주체가 금융위와 금감원인 점, 이번 승인 자체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점, 이찬진 금감원장이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아야 했다'고 발언한 점 등을 들었다. 박 의원은 최근 한 달여 간 코스피 시가총액 증발 규모만 약 2389조원으로 국가예산 728조를 3배 이상 웃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폭락 사태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발 인재라고 진단한다. 동의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졸속 추진, 청와대 지시 논란에…"소관부서는 금융위"
레버리지 ETF 상장 과정에서 졸속 추진, 스트레스 테스트 여부, 청와대의 개입 의혹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레버리지 ETF 출시를 지시했다는 언론 인터뷰가 먼저 나오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시장, 언론, 연구기관에서 해외에서는 되는데 국내에선 막혀있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이런 부분들 제도개선을 해보자면서 시행령 개정, 관계부처 협의 등 여러 과정을 거쳐서 하게 됐다"고 일축했다. 청와대의 증시 부양압력이 상품 출시로 이어졌다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도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위험성 보고 등의 취지에서 금융당국이 청와대에 정책 재검토 요청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연초만해도 하반기 출시로 예고됐던 레버리지 상품 관련 일정이 급격히 당겨졌다며 "왜 이렇게 속전속결로 추진됐는지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입법예고와 후속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됐고 이후 절차가 완료되면서 상장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이 기형적인 파생 상품은 누가 기획하고 만든 거냐. 금융위는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떠도는 데 누가 최초에 기획한 거냐'는 질문에도 "소관부서는 금융위"라며 "금융위가 보고해서 여러 부처랑 같이 협의해서 (했다)"고 답했다. 금융위에서 최초에 레버리지 상품 출시에 미온적인 입장이었다는 건 잘못된 전언이냐는 추가 질의에도 "그렇다"고 확인했다.
이날 정무위에서는 금융수장 사퇴 촉구도 잇따랐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대책이 있냐. 7월에만 주가가 36% 떨어졌다"며 "이번 사태가 개인의 책임인가, 기업의 책임인가, 정부의 책임인가" 물었다. 특히 이찬진 원장을 향해서는 "드러누워서라도 막겠다고 했는데 결국 못 막았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며칠 더 계신다고 대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며 "적어도 불을 끄고 사퇴하겠다는 말은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가슴 깊게 아프게 받아들이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더욱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초단기 매매 도박판으로 만들었다"며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국정조사로 규명이 안 되면 정권이 바뀐 뒤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국정감사는 관련법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로 하여금 특정 사안에 관해 실시하게 돼 있다"며 "양당 간사와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탁금 높이고, 배율 조정해야" 빠른 보완책 한 목소리
이날 정무위원들은 추가 예탁금 상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 조정, 거래 제한 등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추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는 목소리를 같이 했다. 당장 시장 혼란이 매우 큰데다, 기존 보완책으로는 시장의 구조적 쏠림 문제를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공개된 보완책은 ▲즉각적인 신규상장 잠정 중단 및 광고 금지 ▲기본예탁금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 ▲매매수량단위 20주로 확대 ▲괴리율 관리 의무기준 강화 ▲사전교육 3시간으로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MF도, 금융위기도 아닌데 금융시장이 사실상 붕괴 수준"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시장 불안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금융위와 금감원이 전문성과 권한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시장이 더 이상 투기판이 아니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빠른 대책을 촉구했다.
정무위원들은 이날 추가 예탁금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배율 조정이 가능한 변동 레버리지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전반적인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는 (16일 공개한 보완책이) 꽤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이라면서도 "계속 시장 상황을 보면서 필요시 추가로 (예탁금을) 올리거나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변동 레버리지 구조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낮추는 게 어떠냐는 건데,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익자 총회, 투자자 부분을 어떻게 고려하느냐 이런 부분(이 관건)인데 법안 과정에서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배수를 낮출 경우, 당초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수익자 총회를 거쳐야만 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밖에 이 위원장은 총량 관리 제한 방안, 리밸런싱 시간 분산, 거래규모 축소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이 위원장은 금융투자업권 간담회에서도 추가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음을 예고한 상태다. 구체적으로는 모의거래를 도입하거나 선행 투자경험 요건을 신설하는 등 투자요건을 추가로 상향하는 방안, 금융투자상품 총투자금액의 20% 등 일정비율 이내로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한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고 한 발언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해당 발언이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지적에 "그때 말씀드렸던 취지는 위험 분산 효과가 없는 종목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라는 차원에서 그 당시에 원주에 대한 변동성이 나타나는 현상인 상황이기 때문에 그 말을 한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취지지 다른 맥락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증시 변동성은 키우고 있다"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고 자책성 발언을 했고, 이후 고위당국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유체이탈식 화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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