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 쇼크에 증시 패닉
양시장 첫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SNS서 자조·분노 뒤섞인 반응

29일 국내 증시가 전날에 이어 또다시 기록적인 폭락을 이어가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낙폭 확대 속에 투자자들은 자조적 밈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2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1~2%대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다시 하락전환해 6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1~2%대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다시 하락전환해 6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코스피 ·코스닥 8%대 급락…이틀 연속 두 시장 서킷브레이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19분 코스닥 시장에 대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20분간 중단됐다. 이어 약 13분 만인 낮 12시 32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발동 당시 지수는 코스닥은 전장보다 56.85포인트(8.05%) 내린 649.00, 코스피는 491.33(8.15%) 내린 5532.33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15번째, 올해 들어서는 9번째이고, 코스닥 시장의 서킷브레이커는 역대 14번째 올해 4번째다. 두 시장에선 전날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장중 11%와 8%대의 낙폭을 보이며 잇따라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바 있다.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양 시장에서 이틀 연속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동반 발동한 건 사상 최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지금껏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사례가 없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하락 사태 등 두 차례 연일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기록이 있다.

반도체發 충격…삼전닉스 직격탄

이 같은 급락은 미국 증시에서의 반도체주 약세와 중국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이 맞물리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 우려를 자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마이크론(-8.85%), AMD(-8.15%), 인텔(-5.86%), 퀄컴(-4.21%) 등 주요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49% 떨어지며 4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삼성전자는 11% 하락한 19만5800원, SK하이닉스는 17.03% 급락한 128만6000원까지 밀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정규장에서 현재 수준을 기록한 건 각각 지난 4월13일과 5월6일 이후 처음이다.


"지옥열차 탔다"…개미들 집단 하소연

시장 충격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엑스(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코스피', '코스닥', '삼성전자', '하이닉스', '서킷브레이커' '레버리지', '사이드카' 등이 상위권에 오르며 시장 충격을 반영했다.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에 학폭 이슈라도 터졌나?", "사이드카는 이제 모닝콜이 됐다", "하락 시작도 안 했다는데, 전 국민이 지옥열차에 올라탔다", "손실이 커서 팔지도 못한다", "연봉이 눈앞에서 날아갔다"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는 수억 원대 손실이 찍힌 계좌를 공개하며 극단적인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한 개인은 약 14억원 손실을 공개하며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급락장 풍자 밈도 확산

"주식 폭락? 이제 시작이야", "사이드카가 모닝콜 됐다"…역대급 롤러코스피에 개미들 '비명' 원본보기 아이콘

증시 급락 여파로 SNS에서는 상황을 반영한 각종 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소재로 한 패러디까지 등장하는 등, 투자자들은 자조적인 방식으로 급락장을 풍자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식 환불' 밈이다. 한 SNS 이용자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언급하며 "하이닉스 주식 환불이 가능하냐"고 올린 글이 확산하며 촉발됐다. 해당 게시물은 수천 건의 공감을 얻었고, "산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환불해 달라", "색상이 잘못 왔다"는 식의 댓글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집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처럼 주식 관련 밈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투자 손실을 공유하고 감정을 완화하는 일종의 '사회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 투자 인구가 급증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개인의 일상 감정과 직결되는 현상이 확대된 결과로 해석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SK하이닉스 관련 글. 넷플릭스 ‘참교육’·SNS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SK하이닉스 관련 글. 넷플릭스 ‘참교육’·SNS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과매도 진입 vs 추가 하락…엇갈린 전망

증권가에서는 현재 시장을 두고 과매도 구간 진입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과 추가 조정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5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557.2% 증가했음에도 시장 기대치(63조5526억원)를 하회한 점 역시 투자심리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AD

전문가들은 단기 반등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추격 매수나 무리한 '물타기' 전략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급격한 시장 변동성 속에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판단의 냉정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