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20년간 이사·전셋값 급등 걱정 No
출산 신혼후부에는 '우선매수청구권'도

"장기전세주택에서 12년간 착한 가격으로 참된 쉼과 안식, 행복한 삶을 선물로 받았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장기전세 아파트는 우리 가족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소중한 디딤돌이 돼 주었다." 2022년 9월 일반 분양 당첨으로 내집마련에 성공,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한 시민의 수기다.


2007년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이 내년으로 스무돌을 맞는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간 이사 걱정 없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는 '특별한 주거 사다리'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우며 도입한 공공 전세주택이다.

이사 걱정 없이 시세 절반 전세 거주…4.4만가구 혜택

장기전세주택 19년, 서울 중산층 주거 안전판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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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전세', '20년', 장기전세주택을 특징짓는 단어들이다. 이전까지 사적 시장에 의존했던 중산층의 전세 공급을 공공이 담당하면서 장기전세주택은 도입 초기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기전세주택은 인근 전세 시세의 80% 이하 수준으로 공급된다. 2년 단위 재계약을 통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2007년 도입 후 현재까지 서울 시내에 공급된 장기전세주택은 241개 단지, 3만7463가구에 달한다. 도입 초기 재정 부담에 따른 지속성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표적인 정책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총 4만3907세대에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제공해 왔다.

가장 큰 혜택은 연평균 5% 수준으로 유지돼 온 '보증금 인상률'이다. 그동안 민간 시장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기준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의 54%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제도 도입 초기 입주자의 경우 현재 부담하고 있는 전셋값은 시세의 23%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 속에서 시민의 주거 안전판 기능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SH 측에 따르면 입주 연도별 장기전세주택 거주자들의 보증금 절감 규모를 합산하면 지난해 한 해에만 입주자들이 절감한 보증금 규모가 10조원에 달했다. 이는 입주 연도별 거주자들의 평균 보증금과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의 차이에 세대 수를 곱해 계산한 결과다.


장기 거주에 따른 주거 안정 효과도 뚜렷하다. 현재 장기전세주택 거주 세대의 평균 거주기간은 9.92년으로 10년에 육박한다. 임대차보호법이 보호하는 민간 임대 시장의 세입자 보호기간(최장 4년)의 2.5배의 기간이다. 10년을 훌쩍 넘겨 거주한 세대도 1만6735세대로 전체의 56%에 달한다.


초기 장기전세주택에 10년 정도 거주하다 내 집을 마련한 조모씨(57)는 "10년 동안 전셋값 걱정이 없었던 것은 물론 잦은 이사에 따른 심리적 부담을 겪지 않았던 것이 큰 장점이었다"며 "특히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사비나 중개수수료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SH 조사 결과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다 퇴거한 1만4902세대 중 내집을 마련해 퇴거한 세대는 1171세대로 8%였다. 이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9년 5개월이었다.


저출산 대응 '미리내집'으로 업그레이드

장기전세주택 19년, 서울 중산층 주거 안전판으로 자리 잡았다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시는 2024년 정책 재설계를 통해 기존 장기전세주택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른바 '미리내집'으로 불리는 '장기전세주택Ⅱ' 도입이다.

'미리내집'은 저출생 대응 주거정책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 기존 장기전세주택은 거주하는 동안 소득·자산 기준을 초과하면 퇴거해야 한다.


반면 '미리내집'은 입주 후 자녀를 출산하면 소득·자산 증가와 관계없이 온전히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출산 자녀가 2명이 넘으면 20년 거주 후 해당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한다.


시는 지난해에는 임대의무기간이 만료되는 장기전세주택을 미리내집으로 전환해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미리내집은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가 신청 대상이며,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인 예비신혼부부에게도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


우선매수청구권의 경우 2자녀의 경우 시세의 90%, 3자녀 이상 출산 시 시세의 80%에 매수할 수 있는 자격이다. 신혼부부에게는 1차적으로 장기 거주 가능한 전세주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저렴한 값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준 것이다. 미리내집은 2024년 7월 첫 입주자 모집공고 이후 현재까지 총 2274가구를 공급했으며, 올해 1월 말 기준 입주자는 1018명이다.


지난해부터는 아파트 외에 미리내집 유형도 다양화해 신혼부부들의 주거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신축 위주 다세대·연립·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임대하는 '비(非)아파트형', 신혼부부가 직접 거주를 희망하는 주택을 물색해 오면 시가 보증금 일부를 무이자로 지원하는 '보증금 지원형' 등이다. 현재까지 시는 보증금 지원형을 통해 총 700세대의 신혼부부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 첫 미리내집 입주자 모집이었던 지난 4월에는 최근 대출 규제 강화, 전셋값 상승 등을 고려해 '보증금 분할납부제'를 새로 도입하기도 했다. '보증금 분할납부제'는 입주 시 보증금의 70%만 납부하고 나머지 30%는 납부를 유예하고 거주기간 동안 저렴한 금리의 이자만 내도록 하는 제도다.


'도보 역세권이 절반' 뛰어난 입지…만기 도래 입주민 선순환은 과제

SH가 아파트 중심에서 벗어나 송파구 문정동과 종로구 원서동에서 선보인 주거형 오피스텔 및 공공한옥 미리내집. SH 제공

SH가 아파트 중심에서 벗어나 송파구 문정동과 종로구 원서동에서 선보인 주거형 오피스텔 및 공공한옥 미리내집. S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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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주택이 시장에 안착한 배경에는 양적인 측면 외에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입지를 갖춘 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공급된 장기전세주택을 분석해 보면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의 역세권이 전체 241개 단지 중 108개 단지로 45%를 차지한다. 매매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한강벨트 위치 단지 비율 역시 61%(148곳)에 달한다.


대부분 단지가 교육여건 또한 잘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의 83%에 해당하는 201개 단지가 반경 500m 이내에 초등학교가 있는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아파트다. 단지 규모 면에서는 500가구 이상이 절반에 가까운 111개 단지였으며, 1000세대 이상 대단지도 42곳이었다.


거주 가능 연한인 20년이 도래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대두됐다. 최근 최초 공급단지의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일부 입주민을 중심으로 계약 연장과 분양전환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


다만 장기전세주택은 분양전환을 전제로 하는 다른 공공임대주택과는 제도적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행 법령상 일반 장기전세주택 입주자에게 분양전환청구권이나 우선매수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장기전세주택 정책이 지속 가능하려면 공공주택의 선순환 구조가 유지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 주거정책 전문가는 "공공임대주택은 특정 개인의 자산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함께 이용하는 사회적 자산"이라며 "한 세대가 충분한 기간 혜택을 누린 뒤 다음 세대에게 기회를 이어주는 선순환 구조가 유지돼야 제도의 지속가능성도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SH는 만기퇴거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입주민의 주거이동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약 만기를 앞둔 세대를 대상으로 신청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정보를 안내하고, 고령자 등 가구별 상황을 고려한 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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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주택 19년, 서울 중산층 주거 안전판으로 자리 잡았다 원본보기 아이콘

황상하 SH 사장은 "지난 20년간 무주택 서울시민의 든든한 주거 사다리이자 임대료 상승 시기 안전판 역할을 해온 '장기전세주택'을 앞으로도 시민 주거 안정, 저출생 극복을 동시에 견인하는 서울 대표 공공주택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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