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치료제 등장으로 '체중 감량' 넘어 만성질환 치료 시대
김유현 이사장 "몸이 다시 살찌우라는 신호…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의지나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만성질환이지만, 정작 치료가 가장 필요한 환자들은 높은 약값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은 단순한 체중 감량에서 건강 회복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치료 효과만큼이나 필요한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오상우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대사영양센터장)가 '비만치료제 열풍과 의학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오상우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대사영양센터장)가 '비만치료제 열풍과 의학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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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6 과학기자대회' 세션2 '비만치료제, 바이오 혁신과 언론의 역할'에서 오상우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비만대사영양센터장)는 "비만은 건강 위험요인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며 "비만 환자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 바꾼 GLP-1…"체중보다 건강"


오 교수는 현재의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과거 비만약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과거 비만약은 효과보다 부작용 문제가 반복되며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이어졌지만, 최근 치료제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만성신장질환,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까지 낮추는 근거를 확보하면서 비만 치료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근육 감소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는 경계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근육의 양보다 근육의 질과 기능"이라며 "비만 환자의 경우 근육 내부 지방이 함께 줄어 기능이 개선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령층이나 근육량이 원래 적은 환자에서는 보다 신중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언론 보도에도 신중함을 주문했다. 치료 효과를 단순히 '몇 % 감량'으로 비교하거나 부작용만 과도하게 부각하면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임상 결과를 해석할 때는 중도 탈락률과 연구 대상의 차이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하며, 부작용 역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균형 있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부사장)이 '비만치료제 신약 개발의 방향성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부사장)이 '비만치료제 신약 개발의 방향성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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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경쟁은 얼마나 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빼느냐"


산업계도 비만치료제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부사장)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단순한 체중 감량률 경쟁에서 벗어나 근육을 유지하면서 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고, 심혈관질환 등 동반질환까지 함께 관리하는 '건강한 감량'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경쟁력으로 ▲근육 보존 ▲지방 선택적 감소 ▲장기 지속형 제형 ▲먹는 치료제 ▲환자 맞춤형 치료 등을 제시했다. 단일 치료제로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시대를 넘어 환자의 상태와 질환에 따라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플랫폼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그러나 아무리 좋은 치료제가 개발돼도 필요한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층과 장애인, 정신질환 환자 등 비만으로 가장 큰 건강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오히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만 환자를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치료를 늦추고 의료진에 대한 불신까지 키운다"고 말했다.

세션2 '비만치료제, 바이오 혁신과 언론의 역할'에 대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세션2 '비만치료제, 바이오 혁신과 언론의 역할'에 대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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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면서 직접 비만 치료를 받고 있는 김유현 같이건강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환자의 경험을 통해 비만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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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이 빠질수록 음식이 제 정신을 사로잡았다"며 "예전의 나쁜 생활습관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몸이 다시 살을 찌우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 치료제는 살을 빼주는 약이 아니라 이런 생리적 신호를 조절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약"이라며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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